'일국의 국무위원'의 궤변… '헌법을 삼키다'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것이 아니에요. 뭐냐하면 위법하고 위헌적인 입법이 있었는지 절차와 내용 위법의 문제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선 입법이 위헌이고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거죠"

자신은 '일국의 국무위원'이라는 어느 장관의 말이다.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법무 사무를 총괄하고, 소위 검사 출신이라서 법치주의나 헌법에 대해, 특히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주무 장관의 입에서 헌법과 법률의 상식적인 결과에 대해서조차 '이상하다'고 웅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청구인적격조차 없어 각하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장관을 우리는 일국의 국무위원으로 두고있다. 백번 양보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대의기관이고, 또 입법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입법기관이자, 헌법기관이다. 헌법에서도 총강과 국민의 권리와 의무, 바로 다음으로 국가기관 중에서 가장 먼저 국회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국회의 기능이 헌법적으로 중요하다는 주권자의 결단의 표징이다.

또한 무엇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주적 정당성도 높다.

이런 연유로 헌재는 가능한 국회의 입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을 하게된다. 법치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미 여러번 비슷한 사례에서 헌재가 국회의 입법 절차가 다소 하자가 있을지라도 법률의 내용에 대해서 유효하다는 판단을 한 이유 역시 국회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국회 내부 절차'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게 헌재 판례에 대한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헌재가 이 사건 권한쟁의에 대해) '각하'해서 (내용을)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 국회의 입법이 위헌, 위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오래동안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실제로 중요한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다 판단이 이루어졌다"며 "그렇게 때문에 이번 헌재 결정(판단)이 크게 불충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번 권한쟁의 심판청구에 대한 결정에서 한 장관이 판단받고자 했던 '검사의 수사권'의 법적 성격에 대해 "'헌법적 권한'이 아닌 '법률상의 권한'에 불과하며, 따라서 국회의 입법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의 내용과 범위를 얼마든지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저희는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것이 아니다"는 발언에 대해 이황희 교수는 "정치적 발언이라면 몰라도, 소송법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권한쟁의 심판이라는 것은 침해된 권한의 기관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 권한쟁의 심판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 심판은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다투고자 한다면 그건 침해된 기본권의 주체가 소송을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에 더해 우리 법체계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다.

그는 헌재 결정으로 국회에서 개정한 모법이 유효하기 때문에 그것에 기반해서 소위 '검수원복'(검사의 수사권 원상회복)의 시행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서 이 교수는 "우리 법체계는 헌법, 법률, 시행령으로 이루어지는 법 단계를 갖추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법률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고, 시행령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행령이 법률에서 규율하지 않는 새로운 내용을 규율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줄 때는 법률유보원칙이나, 헌법상 원리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저런 정치적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은 자신의 직접 책임이 아닌 경우에도 때론 정무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무 장관으로서 져야하는 정치적, 정무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발언을 해왔고, 그 이후에 벌어진 여러가지 실책이 더해져 국회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헌재의 권한쟁의 결정 이후 보인 태도와 발언 역시 이상민 장관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

권한쟁의 결과를 놓고 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서 한 발언을 다시 되새겨보자.

"저희는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것이 아니에요. 뭐냐하면 위법하고 위헌적인 입법이 있었는지 절차와 내용 위법의 문제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선 입법이 위헌이고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거죠."

국회의 입법을 놓고 제기된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여러 결정들을 통해 '국회의 입법 절차에 대해 하자가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법률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해왔던 선례가 있다.

헌재는 한동훈 장관이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2022헌라4,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 사건)의 결정문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나열하면서 이 사건 청구 역시 입법 절차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결정문의 일부이다.

"헌법재판소는 ①헌재 1997. 8. 21. 94헌바2 결정, ②헌재 2008. 1. 10. 2007헌마1468 결정, ③헌재 2019. 2. 28. 2017헌바196 결정, ④헌재 2021. 1. 28. 2020헌마264등 결정을 통해, 행정부 내에서 수사권 및 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번 권한쟁의 청구를 하면서 일국의 국무위원(장관)이 위 헌재의 선례를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성실하지 않다는 말이고, 그 사실을 알고도 권한쟁의 청구를 했다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우리 법체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법률가 출신의 법무부장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시행령으로 훼손하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