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文, 당 중대 현안에 어느 쪽이라고 입장 표명했을까…발언해선 안 될 문제"
박용진 "국가원로로서 지당한 말씀하신 것뿐…특정 의견으로 아전인수, 부적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공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0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와 전한 발언이 논란의 불씨였다.
앞서 박 전 원장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는 '현재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를 하셨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박 전 원장의 주장에 대해 비명계는 문 전 대통령을 당내 갈등의 소재로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문 전 대통령 예방한 사실을 밝힌 박용진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에서 "두 분께서 어떤 말씀 나누셨는지 모르겠다. 다만 저는 그런 문제로 전직 대통령과 얘기하는 거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고, 말씀이 혹시 나왔더라도 굳이 그럴 필요 있었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내 현안 문제, 정치 현안과 관련된 말씀이 아니라 진영 대립과 갈등, 증오의 정치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함께 얘기했고, 문재인 케어, 탄소중립정책, 노동시간 단축 정책 등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었던 3대 정책을 지키기 위해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예방했을 때) 이 대표의 이 자도 안 나왔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얘기 안 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말씀은 하셨다. '민주당에 지금 여러 악재가 있다. 정치에서 악재가 있다고 해서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수습해 나가고 극복해 나가는지 태도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국민들께서는 그걸 보시는 것 같다'(는 말)"이라며 "선거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잘 극복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말씀, 그것도 너무 당연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님은 현직일때나 전직일때나 국가의 지도자다. 국가지도자로서 나라 걱정, 국민 걱정, 정치현황에 대한 걱정을 하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가원로로서 지당하고 당연하신 말씀하신 것에 대해 당내 현안을 갖고 특정한 의견으로 아전인수하고 싶지 않다. 그러한 일이 적절하다고도 보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님께서 민주당을 많이 걱정하고 계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노동시간 단축, 문재인케어, 탄소중립 정책 등 국민의 삶과 건강, 미래를 생각했던 정책들이 현재 이 정권에서 무너지고 있기에 국민의 삶과 미래를 향한 걱정을 대통령님과 함께 교감을 나눴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그 자리에 없었으니 어떻게 말씀했는지 (모르겠다), 박지원 전 원장이 없는 얘기하실 분도 아니고, 박용진 의원도 그대로 전했을 테고.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당의 중대한 현안이 되는 문제를 어느 쪽이라고 딱 할 수 있는 입장을 표명했을까. 만약 했다면 그것은 대통령으로 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 사정에 이 대표의 거취 문제가 중요한 제일 큰 현안"이라며 "저처럼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하는 의원이나 그룹이 있고. 문 전 대통령이 어쨌든 당에 영향력이 있는 분인데 그분이 그 말을 했다는 것과 그게 없다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처럼 영향력 있는 분이 딱 그렇게 해버리면 완전히 기울어버린다. 제가 볼 땐 별로 지혜롭지 않다"며 "설사 박지원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하고 말씀을 나눈 게 있다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말씀은 어쨌든 영향력이 크고, 미묘한 문제이니까 사실은 밖에 얘기할 성질은 아니다. 밖에다 얘기하면 일파만파 당내에 여러 가지 파장이 일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비명계 주장도 있고 친명계 주장도 있는데, 한쪽 편에 문 대통령이 편승하는 발언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박 전 원장은 지난 2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와 관련해 비명계 등을 향해 "조폭보다 못한 친구들"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 앞에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분당 혹은 분열로 되겠나. 지금 해석을 할 때가 아니고 다시 한 번 단결해서 투쟁할 때로 전환돼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출당 청원에 이어 대표적 비명계 이상민 의원에 대한 제명 청원도 올라오는 등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이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4선 중진 10명은 이날 공동 제안문을 통해 "우리 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색출과 모욕, 망신 주기, 헐뜯기가 아닌 합리적 비판과 제안, 응원과 격려로 단결을 촉구해 달라"고 했다. 또 의원들을 향해선 "단결을 해치고 공멸을 부르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며 "당원과 지지자를 자극해 극단적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