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소액주주가 '물적분할' 반대하는 이유는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 인터뷰

"프리IPO로 상장에 내몰리게 만들 여지"

"팹리스는 비주력사업 아냐...자회사 더 커지면 상장 압박"

DB하이텍이 이달 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해 'DB팹리스(가칭)'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사측이 기존에 철회했던 물적분할 계획을 재추진하는 데 결사 반대하고 있다.

분할존속회사인 DB하이텍이 분할신설회사 DB팹리스의 발행주식 100%를 배정받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소액주주연대는 특히 공시에서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라는 문구로 물적분할 후 상장할 여지를 남긴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물적분할을 통한 100% 자회사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적 실체가 유지되므로 '명분없는 분할'"이라며 "해당 문구는 5년 후에 상장계획이 있다고 해석되므로 주주가치 훼손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물적분할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 회사는 '고객사와의 이해관계 상충 방지를 위해 순수 파운드리를 지향한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웠다. 팹리스 업체들이 모두 그렇듯, 파운드리 업체와 붙어있는 경우 설계 도면이 유출될 거란 걱정이 나온다. 그 걱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 방식으로 해야 한다.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로 남아 있으면 두 회사를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볼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분사가 아니다. 인적분할이나 매각으로 서로 찢어서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아예 없어야 한다.

■ 물적분할은 하되 상장은 안 한다고 못박으면 상관없나.

= 아니다. 프리 IPO(기업공개) 투자를 받아 상장에 내몰리게 만들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을 투자받는데 5년 내에 상장하지 않으면 연 복리 12%로 갚는다는 계약을 하는 거다.

그럼 모회사 입장에서는 2000억원 주고 갚느니 차라리 상장하는 게 낫지 않냐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프리IPO를 통해 상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 개연성이 있다는 거다.

■ 회사는 비주력사업을 분할하려는 거 아닌가.

= 팹리스는 비주력사업이 아니다. 팹리스 매출액 2800억원은 회사 매출의 17%로 주력사업 중 하나로 봐야 한다. 또 비주력이라는 이유로 분할했다가 자회사가 모회사보다 훨씬 커지면 자금을 조달할 때 감당이 안 된다. 결국 상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비주력사업 분할이 주주가치를 거의 훼손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소폭 하락한다 해도 무조건 반대할 일이다. 그런데 회사는 비주력사업을 떼어내 모회사보다 더 키우겠다고 한다. 이걸 응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다.

■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의결권 대리 공시를 올렸고 16일부터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에서 전자위임을 받기 시작했다. 12월말 기준으로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주주연대에 위임하는 거다.

의결권이 없는 주주라도 '물적분할에 반대한다'는 의사표현으로써 매수청구는 가능하다. 증권사에 반대의사를 밝히는 게 1차다. 2차로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매수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1차 의사표시에 반대를 해야 2차에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 지분이 얼마나 필요한가.

= 회사가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특별결의로 전체 주식의 1/3인 33.3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주주연대는 사측의 절반만 모으면 된다. 아니면 고액주주나 기관투자자가 사측에 동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주주명부를 보고 일일이 메일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