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SVB 파산 사태,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

나신평 "연준 금리인상 폭과 속도에 영향... 50bp아닌 25bp 가능성 커져"

SVB, 채권 80%가 10년이상 장기채...금리상승에 취약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3실장은 13일 'SVB 사태의 배경과 파장, 그리고 함의'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에서는 은행 및 금융시스템 어딘가에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벤처캐피탈(VC)과 기술 스타트업을 상대하는 은행으로 미국에서 16번째로 자산 규모가 컸다. 은행 시스템 내 자산 비중은 1% 수준이다.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금융감독청은 SVB를 폐쇄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관리인으로 선정했다.

나신평은 SVB 사태에 대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사업모델 상 특성에 따른 예수금의 급속한 증가와 높은 기업 거액예금 비중, 그리고 금리 상승기의 잘못된 채권 보유 만기(듀레이션) 전략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SVB의 채권 만기구조를 보면 약 80%가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으로 구성됐다. 이는 금리상승기에 채권의 시가평가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중위권 은행조차 금리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나신평은 "SVB가 전체 은행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이번 사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금리상승이 은행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봤다.

금리상승의 충격에 따라 자산규모 기준 10위권 중반의 은행에서 예금 지불정지가 발생한 것에 대해 금융시장은 '파열음'의 전조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시장은 일단 유사한 은행을 찾아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신평은 "유사한 문제에 봉착한 은행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일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예금 대량인출(뱅크런)의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금융시장이 SVB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기존의 판단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SVB 사태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여력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폭이 50bp가 아닌 25bp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신평은 "SVB 사태의 전개 및 사후 처리 과정은 우리나라와 글로벌 금융시장, 그리고 경제상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