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노조, '부산 이전' 결사 반대하는 이유는?

산은법에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 명시

노조 "서울 여의도 '종합금융중심지' 육성 노력 물거품"

인력유출 문제 심각...지난해 98명 자발적 퇴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산은 노조)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위법·졸속 산업은행 이전 추진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산은 직원 45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현행법과 국회의 지적도 무시하며 졸속으로 위법하게 꼼수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가경제를 파탄내는 산은 이전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금융위원회와 강석훈 산은 회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이전공공기관' 지정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현행법은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을 포함시켰고, 올해 상반기 중 균발위 상정을 통해 산은을 이전공공기관으로 단독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올해 1월 '연내 산은의 부산이전 추진'을 업무계획으로 제출했다.

반면 야당은 금융산업의 특성과 절차적 하자,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 중이다. 여당 의원 대다수는 직접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산은 부산 이전은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자해행위"라는 입장이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 역시 최근 서울시의회 주최 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정치금융기관이 돼선 안 된다"며 이전 반대 입장을 냈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수도권에 있는 기업·기관과 업무상 소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거래기업 본사의 69%가 수도권 및 해외에 위치하고 있어 고객 기업이 먼저 산은의 부산 이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조는 금융위가 2009년 서울 여의도를 종합금융중심지로 지정해 육성해오다가 갑자기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금융정책의 혼선을 불러오고 그간의 금융중심지 조성 노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재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산은 노조는 "산은도 핵심인력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이전 공약 발표 이후 퇴사자가 급증해 기관 역량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산은의 자발적 퇴사자는 2021년 40명에서 지난해 98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노조는 산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지방은행과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금융격차를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온랜딩대출(간접대출)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에 대해 여신심사 기준 완화, 금리우대 등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국가 금융경제를 책임지는 산업은행이 '윤핵관'을 위한 선거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타당한지, 국가 금융경쟁력에 큰 손실이 되지는 않을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