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월 외국인 채권자금, 역대 최대 52.9억달러 순유출”

올해 1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52억9000만달러 유출되며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큰 폭의 순유출에도 1월중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 및 평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채권자금)은 지난해 12월 27억3000만달러 순유출된 이후 금년 1월에는 유출규모가 크게 확대돼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주체별로 살펴보면 공공자금은 12월부터 유출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민간자금의 경우 올해 1월 들어 순유출로 전환됐다.

한은은 최근 채권자금 유출규모가 확대된 데는 해외 공공기관의 투자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국내 금융시장의 차익거래유인 축소, 단기차익 실현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감소, 일부 국부펀드의 투자손실 등에 따라 우리나라 채권자금 중 일부가 회수된 것으로 관측하며 중국의 리오프닝, 신흥국의 경기 개선 기대 등으로 여타 신흥국으로의 채권자금 유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최근 스왑시장에서 미 달러화 유동성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함에 따라 차익거래유인이 크게 축소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 해외 공공 및 민간기관들의 국내 채권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봤다. 작년 11월 이후 큰 폭의 국내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절상(미 달러화 환전시 수익 증가)은 채권투자자들의 단기차익 실현 매도를 증가시킨 것으로 풀이했다.

한은은 외국인 채권자금의 큰 폭 순유출에도 1월중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국내외 통화정책 기대 변화 등에 주로 영향받으며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속도 조절 기대, 대규모 주식자금 유입(49억5000만달러)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당폭 하락했고 외국인의 대규모 채권매도에도 현물 채권시장 내 외국인의 낮은 거래비중, 국채선물 순매수 등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완화 예상에 따라 국내 채권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되면서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1월 중 큰 폭 확대됐던 채권자금 유출규모는 2월 들어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의 유출세가 꺾이고 민간기관 자금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공공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돼가고 있으며 차익거래유인도 다시 확대되면서 일부 공공 및 민간기관의 국내채권 투자가 재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채권자금의 높은 변동성은 글로벌 물가 및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자금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은 내외금리차가 일부분 영향이 있겠지만 해외 중앙은행의 투자여력 약화, 신흥국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 영향이 더 크다.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차입거래 유인 축소, 차익실현 등이 크게 작용했다"며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전망과 관련해서 세계국채지수(WBGI) 편입 여부 등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고 내외금리차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