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징용 해법 합의?… "한국 기업 돈으로 일본기업 채무 면책시키는 안"

외교 완패

한일청년기금, 피해배상과 무관 '물타기'

정부, 성과 포장 위해 日 채권 소멸 추진

강제징용 피해 소송 대리인단의 임재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검토했던 여러 가지 안 중 최악의 안을 채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 한국 기업들 돈으로 일본기업 채무 면책시켜주는 안… "외교 완패"

임 변호사는 "순전히 한국 기업들만의 돈으로 소송에서 진 일본 기업의 채무를 면책시켜주는 안"이라며 "일본은 아무런 부담도 책임도 지지 않고, 판결에서 진 자국 기업들을 면책시켰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승리한 날"이라고 개탄했다.

진행자가 '시작은 우리 기업들로 시작하고, 일본 기업의 참여도 이끌어내겠다는 안이 아니냐'는 질문에 임 변호사는 "그건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전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든 덮고, 빨리 지나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이미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돈으로 피해자들 채권을 다 없앴는데, 채권이 다 없어진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 기부를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것은 한국 정부가 외교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서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이지, 전혀 의미가 없는 이야기를 언론 보도용으로, 혹은 자신(한국 정부)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하는 제스처)"이라고 분석했다.

■ 미래세대 한일청년기금… 피해배상과 무관 '물타기' 

두 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과 일본의 게이단렌이 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청년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 임 변호사는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장학재단을 갑자기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일본 측이 아무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자, 일본 측에서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 없는 곳이라면 돈을 내 줄 수 있다고 해서 나온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부가 오늘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이야기를 할 것이고, 많은 언론들이 이것을 헤드라인으로 뽑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강제동원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조치고, 일본의 (기금) 출연"이라고 꼬집었다.

진행자가 '일본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청년 기금을 조성해서 일본 기업들이 어차피 돈을 낸다면, 어차피 낼 비용인데 왜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배상을 하면 안 됩니까?'라고 묻자, 임 변호사는 "그게 일본의 논리고, 그 논리에 결국 한국이 굴복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서 지난 2012년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일본 사회의 역사 수정주의, 역사 왜곡 등이 보수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기시다 정부에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부정과 왜곡을 계속 유지하는 정도의 입장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진행자가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정도 됐으니, 현실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되는 게 아니냐, 안보 문제라든지 경제 문제라든지 어려운 상황에서 뭔가 해법을 만들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임 변호사는 "일본 기업들과 직접 교섭한 경험도 있고, 판결 이후에도 일본 기업과 여러 차례 교섭을 문의했던 입장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가 얼마나 꽉 막혀 있고, 이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지 저희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협상은 실리적이어야 하는데, 일본의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타협을 한다는데 아무것도 이끌어 낸 게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전문가들, 학자들 역시 '너무 양보했다', 심지어 '양보가 아니라 너무 굴복했다'고 평가하는 정도의 안"이라고 혹평했다.

우리 정부가 실리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임 변호사는 "한국이 외교적 성과로 포장하고, 한일 정상회담을 아주 근사하게 열고, 전 정권에서 파탄났던 한일관계를 정상화시켰다는 외교적 수사같은 것들을 하나의 트로피처럼 안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20년 넘게, 30년 가까이 쌓아왔던 판결은 이렇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통탄했다.

한편 임 변호사는 배상금 수령과 관련해 피해자 분들의 의견이 나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 분들 중 '아버지 판결을 이렇게 팔 수 없다.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아버지 판결을 돈받고 팔라는 것이냐'며 반발하는 분도 있고, '지친다. 판결이 너무 오래됐다'며 한국 정부가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리인 입장에서는 동의하시는 분들은 그 절차대로, 반대하시는 분들은 반대하시는 절차대호 최선을 다해서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정부, 성과 포장 위해 日 채권 소멸 추진

임 변호사는 "이후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가 내놓은 협상안을 받지 않을 경우, '채권자 동의 없는 채권 소멸'이라는 것을 정부가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과의 문제가 결국 국내 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결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가 만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과 싸우게 되는 것이 명확해 보이는데도 정부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측에서 생각하는 해결 방안, 대안에 대해 "일본 피고 기업의 사실 인정과 책임있는 의사 표시가 있다면, 분명 많은 피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더 길어지더라도 결국 그것(일본 기업의 사실인정과 사과)을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협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측 입장에서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협상안 발표 이후 이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