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잘못한 것은 엄석대,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총질러'로 찍어"
"담임선생님은 국민, 담임 바뀌었을 때 엄석대 몰락"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나"
"한병태가 그들의 카르텔에 편입된 얘기와 '다른 결말 써달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에 빗대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에 대해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후보를 지지했던 이문열 작가가 그려낸 엄석대가 저에게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도 있겠다"며 "이 소설과 다른 결말을 당원 여러분께서 써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987년에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는 형식적으로는 나름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다. 그런데 이 학급이 운영되는 방식은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해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 엄석대가 아이들의 물건을 빼앗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서 징벌한다"며 "한병태는 그런 엄석대에게 저항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엄석대인데,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총질러로 찍어서 괴롭힌다"고 짚었다.
이어 "아이들은 군것질부터 만화가게 출입까지 정말 사소한 한병태의 잘못을 계속 찾아내서 오히려 담임 선생님에게 제보하면서 공격하게 된다"며 "결국 선생님은 한병태를 불러서 엄석대가 그럴 리 없다며 한병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내부 총질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엄석대를 윤석열 대통령, 학급 아이들을 친윤계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양심을 잃어버리고 엄석대에게 굴종하면 평화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이게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당정 일체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엄석대가 구축해놓은 왕국은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고, 반장선거에서 61명 중 59명의 표를 받으며 엄석대가 다시 선출되는 순간 무너졌다. 엄석대에게 저항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은 학급의 질서라는 것이 새로 온 담임선생님에게는 얼마나 이질적이고, 한심해 보였겠나"라며 "엄석대의 권력을 떠받들면서, 엄석대가 만든 해괴한 시스템 하에서 누릴 것을 누리고 남을 린치하는 데 앞장서던 그들이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비행을 적어내라고 하자 누구보다 앞서서 그를 고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며 꾸짖지만 그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5대씩 때린다. 지금의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일까?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일까?"라며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담임선생님은 바로 국민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오고 나서는 상식의 시각으로 학급을 바라보게 되었고 엄석대의 작은 왕국은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곧 투표가 시작되는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후보는 한병태와 같은 위치에 서 있다"며 '이들은 사람에 충성하라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이유로 엄석대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 엄석대는 한병태를 제압하고 포섭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담임선생님이 바뀌고 났을 때 엄석대는 몰락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6년 전 우리는 국민들에게 호되게 혼났던 집단이었다. 그때 왜 혼났는지도 다 기억하실 것이다. 그때도 또 다른 엄석대가 있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있었다"며 "새로운 한병태인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 소설과 다른 결말을 당원 여러분께서 써달라"며 "주인공이었던 한병태가 작은 저항, 큰 저항을 시도해 보다가 담임선생님까지 엄석대의 편을 들면서 저항을 포기하고 그들의 카르텔에 편입되었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문열 작가가 써 내려간 엄석대의 마지막은 엄석대 개인에게 너무 큰 비극이었다. 결말은 다르게 쓰여야 한다"며 "이 네 사람이 소설상의 나약한 한병태가 되지 않도록 모두 투표에 나서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아울러 "제 이야기를 듣고 엄석대가 똑같은 한 사람을 연상시킨다면 다들 공감하고 계신 것"이라며 "우리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같은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들은 이날 마지막 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당심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4일~7일까지 나흘간 선거인단 모바일투표와 ARS 투표가 진행되고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누적 투표 결과를 토대로 새 당 대표가 선출된다. 다만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과반이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12일 최종 당 대표가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