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됐지만, 민주 '내홍' 전망… 비대위체제로 가나?

체포동의안 부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

정진석 "이재명 정치적 사망선고"

고민정 "현 지도부에 대한 경고"

비명계, 이 대표 '퇴진' 목소리 낼까?

검찰 살라미 체포영장청구에 대표직 내려놓고 '정공법' 택해야 주장도

당장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체제로는 총선이 불안하다며 비대위 체제를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분위기는 침울한 가운데 말을 삼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미소를 지으며 '이 대표의 정치적 사망선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각 당의 분위기는 표결 후 나온 성명서에도 묻어났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표결 후 국회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공당이기를 포기했다"고 공세를 퍼부으면서 "그러나 오늘 체포동의안이 국회법상으로는 부결되었지만, 정치적으로는 가결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장 원내대변인은 "많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심과 국민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찬성 표결에 나서 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표결 결과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의당 류호정 원내대표인 역시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은 오늘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록 과반에 미달한 부결이지만, 당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른 헌법기관들의 소신이 담긴 결과"라고 평가했다.

류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적 규명은 이제 사법부에 맡기고, 국회는 소모적 사법 전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안호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의의 전당인 의회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고 자평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법치를 가장한 윤석열 정권의 사법사냥과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 이겨내겠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폭정을 막고,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 민주주의의 가치와 역사를 지켜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날 표결 후 고민정 의원(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다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 지도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진행자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한 평가에 대해 묻자 고 의원은 "그건 과도하다"며 "다만 왜 민주당 의원들이 가결에 표를 던졌을까, 그게 단 몇 명이더라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의원은 '당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부결이냐, 가결이냐에 대해서는 부결될 거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면서도 "이재명 대표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민주당의 방향성을 보여줄 것인지, 검찰 독재 권력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 지지자들을 포함해 일반 국미들에게까지도 명확히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가 총선을 맞이해야 하고, 어쨌든 정치를 해야하는데 모든 이슈가 블랙홀처럼 거기에 빨려드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걱정들이 많았다"며 "지금 검찰발 여러 뉴스들에 대해 이겨 넘는 일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각오를 밝혔다.

■ 비명계, 이재명 대표 퇴진 목소리 낼까?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으로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 때 2년을 우리가 싸웠잖나. 2년을 싸우면서 우리가 깨달은 게 있다"며 "우리가 검찰하고 싸울 때는, 그러니까 검찰은 칼을 쥐고 있는 거다. 우리는 칼끝을 잡고 있는 거다. 싸우면 칼끝 잡고 있는 사람이 피가 나잖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래서 검찰이 던져주는 이슈들, 검찰이 던져주는 그 아이템들을 따라가면 절대 안 된다"라며 민주당 차원에서 검찰과 싸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고 이재명 대표가 정계 은퇴하고. (이재명 대표를) 몰아내면 그러면 윤석열 정권, 윤석열 검찰이 뭔가를 이루느냐"라며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나? 그럼 민주당이 그냥 망가지나? 그럼 민주당에서 또 누가 대표가 돼서 또다시 수습해서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이 또 이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없더라도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강조하면서 당과 이재명 대표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한 가지 대안으로 제기된다.

■ 검찰의 살라미 체포영장청구… "대표직 내려놓고 정공법 택하라" 

한편에서는 검찰의 살라미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이 대표가 계속해서 방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최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가 계속될 것"이란 말도 흘러나왔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빗대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깡패지, 대통령이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던지고, 영장실질심사에 임하는 정공법를 택하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부 강성 지지층은 검찰의 다음 체포영장청구에 민주당에서 비토권을 행사하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그럴 경우 가결은 되겠지만, 이번에 이탈한 31표에서 37표 가량의 비명계 의원들이 드러날 것 아니냐며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138명으로 다음 총선을 임하는게 낫다는 분석이다.

어차피 다음 체포영장청구에서도 이번에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이른바 비명계 의원) 다수는 다시 가결표를 던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결국 이 대표의 선택지가 갈수록 좁아진 상황에서 체포영장을 피할 수 없다면 당대표직을 던져 정면승부를 걸라는 주문이다. 그것이 민주당(총선)을 위해서도, 이재명 대표 개인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시 "이재명 대표가 기소가 될 경우 스스로 대표직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자연스럽게 이 대표 이후 체제에 대한 고민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비대위 체제를 상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방송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가 세 번째 검찰에 출석한 행보'에 대해 "'내가 수사를 기피하는 사람 아니다. 부르면 항상 가겠다' 이렇게 나오는 것으로 처신을 자기 나름대로는 잘 한다고 생각한다"고 좋은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검찰 수사에 대해 빨리 결론을 내주는 것이 검찰을 위해서도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은 "기소되면 스스로 당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면 당의 내년 총선을 위해서 자기가 대표직을 던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러면 민주당은 선거의 입지가 좋아진다. (지도자의) 책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결단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민주당 내 '사법 리스크' 우려와 관련해서 "이재명 대표와 동일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 나타나는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개인과 관련된 사안"으로 "당 문제와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당내 상당수 이탈표가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위기와 함께 비명계를 중심으로한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에서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