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우려 확산… 금융지주 이어 보험·카드로 영역 넓히는 당국

尹대통령의 연이은 은행권 비판 발언에 금융당국 압박 수위 높여

금융위 '은행권 경영 등 개선 TF' 가동... 금감원, 보험·카드사 들여다봐

금융권 "자율성 침해는 시장경제 논리와 상반... 관치금융 논란 촉발"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지난 1월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과 같이 중요한 공공재적 측면이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교체 문제와 관련 '관치금융' 논란을 빚은 금융당국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은행의 성과급 지급 등을 '돈 잔치'로 규정하며 금융위에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또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은행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은행권이 '예대마진 차'로 얻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역대급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지급 등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경영을 하고 있는데 대해 금융당국의 직접적 개입을 언급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위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금감원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와 같은 압박이 이어지자 은행권은 이익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취지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지주 등 7개 금융지주(신한·우리·하나·NH·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CEO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원장이 "외압 등으로 인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선진화 차원에서 본인이 정치권 등의 외압을 막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로 보면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권 수장으로 윤석열 캠프 출신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5대 금융지주 중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당초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으나 금융당국의 입김에 농협중앙회는 관료 출신을 선택했다.

또한 올 1월 금융당국의 중징계안을 두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와 손태승 회장이 행정소송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사고를 낸 쪽(우리금융)이 무엇을 잘못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없고 소송만 얘기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고 강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게다가 이복현 금감원장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당국과의 법적 공방이 부적절하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돼 이 또한 '관치 외압'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압박을 이기지 못한 손 회장은 결국 연임 도전 포기와 용퇴를 결정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정통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이 외에도 당초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돌연 후보직을 고사하며 금융권에 충격을 안겼다. 2017년 3월 취임 후 6년간 취약부문으로 지적됐던 보험회사 M&A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을 닦았고 채용비리와 관련해 무죄 판결을 받아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상태였기에 용퇴 배경에 '관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마무리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금융권에 대한 경영 개선 요구 지시의 후속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은행에 이어 보험회사, 카드회사에 대한 ‘관치금융’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권에 의하면 금감원은 보험사를 상대로 성과 보수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카드사의 ‘성과급 잔치’에 대해서도 현황 파악에도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간회사의 인사권, 배당정책, 성과급 등 보수체계까지 정부가 앞장서서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와는 상반된 일"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관치금융 논란을 촉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규제완화와 세제혜택을 통해 거대 해외 금융회사와의 경쟁을 뒷받침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활발한 논의를 거쳐 현명한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