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법인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 부착
법인차를 사적으로 운용해 탈세 방지 취지
‘3대 슈퍼카’ 브랜드 차량 70% 이상 법인차
원희룡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해 꼼수 탈세"
◆…공청회에서 공개된 연두색의 법인차 전용 번호판(위) 사진:연합뉴스
이르면 올 7월부터 법인차에 연두색의 전용 번호판을 부착한다. 법인차를 사적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남발하자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리적 책임감만 강조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공청회에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번호판 적용대상은 관용차와 공공기관 및 민간분야에서 법인이 구매·리스한 승용차다. 법인 전기차도 전기차 전용 번호판 대신 법인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게 된다.
다만 민간기업이 대여사업용으로 구매한 렌터카는 현재 ‘하’, ‘허’, ‘호’ 등의 번호판 문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전용 번호판 부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운행 중인 법인차 7500대, 민간 법인 구매차 11만대, 법인 리스차 3만6000대 등 총 15만대 가량의 신규 법인 승용차에 전용 번호판이 부착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녹색 계열(황색+청색) 배경에 검은색 문자의 전용 번호판을 법인차에 부착해야만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국내 고가 법인차 운행차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운행 중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3대 슈퍼카’ 브랜드 차량의 70% 이상이 법인차로 파악됐다. 페라리가 2099대 가운데 1475대(70.3%), 람보르기니는 1698대 가운데 1371대(80.7%), 맥라렌은 395대 가운데 313대(79.2%)였다.
이처럼 슈퍼카가 법인차로 판매되는 이유로는 법인·사업자 명의로 구매하면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감가상각비와 차량 유지비를 최대 1500만원까지 비용 처리되고 미 작성시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받는다.
국세청에서는 업무용승용차 비용특례제도를 도입해 사용거리에 따른 비용 인정, 감가상각비 연간 비용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 혹은 배임 혐의 등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인차량의 운행기록부를 완전히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탈세행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업무용승용차 관련비용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국내에서 법인차량 비용 서류를 제출한 차량 419만8120대 중 166만3618대(39.6%)는 운행일지를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해 배우자에 자녀까지 이용하는 꼼수는 횡령과 탈세 등 법 위반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무늬만 법인차’를 방지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취지로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법인차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번호판 색상 교체는 윤리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계도 성격이 강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차 운행기록부 미작성시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등 의무를 강화하는 명확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