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 수급 불확실성 여전…지속적 모니터링·분석 필요”

향후 에너지시장은 경제적인 요인 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과 이상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등락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해당 요인들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9일 ‘해외경제포커스: 해외경제 주요 이슈 분석-최근 에너지 수급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격이 작년 하반기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급불안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먼저 원유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유가상한제 등 러시아산 원유 제재 조치의 영향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나 향후 러시아의 대응 양상, EU의 석유제품 추가 제재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원유와 달리 디젤 등 석유제품은 중국, 인도 등의 국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원유공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OPEC의 공급여력은 회원국들의 감산기조 및 증산여력 제한으로 과거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핵심회원국들은 과거 서방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증산에 호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탈석유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증산에 소극적이라고 설명이다.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 이후 수요 증가 가능성은 올해 원유시장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경제가 초기 혼란을 극복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글로벌 원유수요가 큰 폭 증가하고 아울러 여행업 회복세도 더욱 강화되면서 항공유 등 관련 수요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 수급안정에 기여한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비축 가능성은 원유수요 확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천연가스 수급 동향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으로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PNG) 공급이 축소되면서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됐다. 러시아의 타 지역행 가스관이나 LNG 수출시설의 용량부족으로 대체수출능력이 제한되면서 상당 규모의 가스공급이 시장에서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LNG 수입 확대로 아시아 국가와의 도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수급불안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국에서는 LNG 수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장기도입계약을 선호하나 유럽은 천연가스를 임시 에너지원으로 간주해 현물계약을 선호하는 것도 수급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팬데믹 기간중 크게 감소했던 중국의 LNG 수입수요가 리오프닝 과정에서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불안요인인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의 전방위적 가스소비 감축 노력으로 지난해 가스공급 감소의 부정적 영향은 예상보다 작았으나 향후 제반여건에 따라 지속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향후 기온이 낮아질 경우 난방수요 감축이 어려울 수 있으며 석탄 등 화석에너지로의 대체는 탄소배출 저감목표 달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OPEC 감산기조, 대러 추가제재 등 공급 측면 불안 요인에 따른 상방리스크도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천연가스시장은 유럽지역의 온화한 날씨, 가스소비 축소 노력으로 안정세를 보여 왔으나 여전히 러시아의 유럽 공급 중단에 따른 수급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단기 급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박광용 과장, 김범준 조사역은 “향후 에너지시장은 경제적인 요인 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과 이상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등락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해당 요인들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분석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리오프닝, 이상 기후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변동성 확대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의 LNG 전환 등 중기적인 요인에 따른 시장구조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