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 불확실성 교차...‘환호 후 경계’ 가능성
4분기 실적, 코스피 상단 제약 우려
중국 실물지표 악화...경기회복 기대→실망감 전환
“주인에게서 멀어진 강아지가 다시 돌아올 시간”
지난주 금융시장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25bp 금리인상을 소화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보름가량 앞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내를 엿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은 마틴 루터킹 데이를 맞아 미 증시가 휴장한다.
미국 12월 CPI 상승률은 전년대비 +6.5%, 전월대비 –0.1%로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다. 이에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연준 피봇(기조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올해 첫 FOMC에서는 25bp 인상이 점쳐진다.
다만 연내 피봇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피봇은 확실한 물가안정 시그널을 확인한 후에야 가능한데 그 시발점은 고용 둔화”라고 설명했다.
물가하락 모멘텀과 FOMC를 앞둔 불확실성이 엇갈리며 ‘환호 후 경계’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시장 방향성 없이 순환매가 매우 빠른 테마·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테마와 기술분야 주식을 선취매해 두고 상승 시 비중을 줄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주는 2월 FOMC 전 연준 인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다음주부터는 FOMC를 앞두고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18일 뉴욕 연은 총재, 애틀란타 연은 총재, 19일 댈러스 연은 총재, 보스턴 연은 총재, 20일 뉴욕 연은 총재, 21일 월러 연준 이사 등의 발언이 예정됐다.
통화정책과 시장 불확실성의 핵심 변수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방향성’으로 변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인하 시기를 두고 물가 수준도 고려하겠지만 결국 경기의 방향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인상 여파가 실물경제에 전이돼 그 실물지표들이 경기불안을 자극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12월 전체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9%, 핵심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6%가 전망치다. 12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1%로 3개월 연속 역성장이 예상된다.
김유미 연구원은 “소매판매 감소세는 소비경기 약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겠지만 제조업 체감경기 하락세가 주춤해지고 생산 증가율이 반등하면서 우려보다 경기 위축이 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착공건수는 135만건으로 전월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택시장심리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수요심리 위축과 경기침체가 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4분기 실적발표가 증시의 다음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상장사 188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5조원으로 전년대비 28.3% 감소할 전망이다. 김영환 연구원은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 부진폭이 평년대비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지 않은 상황에서 상단을 제약할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실적 눈높이가 더 낮아질 여지가 크고, 글로벌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실적 전망 레벨다운이 불가피하다”며 “FOMC 전까지는 연준의 통화정책 수순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적 우려가 맞물리며 위험회피 심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중 방역갈등도 증시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은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일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중국의 방역 완화 및 경기부양 수혜는 소비재보다 소재 분야에서 찾아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방역조치 완화를 수요회복, 경기개선으로 확장했던 시장의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주 예정된 실물지표 결과가 기대와 현실 간 격차를 보여줄 것이란 설명이다. 12월 광공업 생산은 +0.2%, 소매판매는 –9.5%로 전월대비 큰폭 둔화가 예상된다. 4분기 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8%가 컨센서스다.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리인하 기대까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정상화 과정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주인(펀더멘털)에서 멀어질 대로 멀어진 강아지(증시, 주가)가 다시 돌아올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