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 연 3.50% 결정, 속도조절 나서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美와 금리격차 줄이는 차원도

한은 "물가 중점 통화정책 운영 지속" 강조

2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p 또는 0.5%p 인상 전망돼... 주목

모건스탠리, 연준 한번 금리인상 후, 연내 금리인하 단행 가능성 제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고 주요국의 강한 긴축행보에 긴축기조는 유지하되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새해 첫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연 3.50%로 결정했다. 1월 기준금리가 또다시 인상되면서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는 열 차례에 걸쳐 총 3.00%p 올랐다. 또한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인상됐다.

대외적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가 다소 완화되면서 금융시장, 외환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경제도 둔화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인상 폭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안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어 “한은이 물가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은 의무”라면서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2%대 물가로 수렴하는 것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면서 건전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금융안정도 고려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물가가 아직 잡힌 것은 아니지만 물가상승률은 5%대에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1월과 2월 물가상승률은 4%대로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금 수준의 금리는 자연스럽게 물가가 잡혀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금리수준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한미 간 금리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미국의 긴축행보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2월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격차는 1.25%p로 벌어졌다. 이번 금통위의 인상 결정으로 한미 간 금리격차는 1.00%p로 줄었다.

오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시장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또는 0.50%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일 발표된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5% 상승하며 시장예상치에 부합했다. 전월대비로는 0.1% 하락했다. 이에 시장에선 연준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가 재부상하며 0.25%p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단 한 번의 0.25%p 인상을 끝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조기 종료하고 연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강한 긴축행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하되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긴축적인 스탠스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이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채권시장의 불안 등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산되면서 경제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기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472억달러 적자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만에 적자 전환했다. 게다가 올해 1월 1~10일 수출액은 1년 전보다 0.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수입은 6.3% 증가했다. 이 기간 무역적자 규모는 62억7200만달러에 달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되면서 2022년 25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 실장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수록 실물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특히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을 용인한 상황에서 금리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부정적 요인보다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했을 때 나타날 우리경제에 불 역풍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2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최종기준금리는 3.50%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 전망은 2월에도 추가인상을 통해 최종기준금리는 3.75%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