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서 제출 전 ‘사전수요조사’ 허용...공모가 밴드 조정토록
일부 기관에 공모물량 청약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연계
가격변동폭 60~400%로 확대...과당경쟁·허수성청약 방지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공모가가 확정되기 전에 기관투자자에게 공모물량을 배정하는 ‘코너스톤(초석) 투자자’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7년 이후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재점화되면 기관의 투자유인을 높여 얼어붙은 IPO 시장을 녹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통해 기관 수요예측을 내실화하고 주관사의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관행적으로 2일간 진행되던 기관 수요예측 기간을 7일 내외로 연장하는 방안을 1분기 중 추진한다. 투자설명회에서 수요예측을 동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2분기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사전수요조사(Test the Water)를 허용해 주관사가 이를 기반으로 공모가 범위(밴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고서 제출 전에 공모주 일부를 청약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과도 연계된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청약에 참여할 유인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021년 1085:1로 최고였다.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은 2023:1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IPO 시장은 급격히 위축돼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계획을 접는 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석훈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수요예측 기간을 연장하면 충분한 시간에 걸쳐 기관투자자의 비딩 수요를 파악해 공모주에 대한 시장수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또 주관사가 사전수요조사를 통해 적정한 공모예정가 범위를 더 잘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수요예측을 한다면 효과적인 가격발견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전수요조사는 이미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코너스톤 제도'가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전공모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제121조를 개정하는 게 선결과제다. 현행법상 증권신고서 제출 전 모집·매출(50인 이상 청약의 권유)은 불가하다.
핵심투자자에게 공모 물량을 미리 배정하면 ‘우량 공모주’라는 인증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한편 특정 기관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참여한 공모주와 그렇지 않은 공모주로 갈릴 수 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공모주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소관으로 1분기 업무규정 시행세칙 개정, 2분기 전산개발을 거쳐 진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 즉시 가격제한폭에 연달아 도달하는 ‘따상’, ‘따상상’이 예상되는 경우 ‘상한가 굳히기’로 소수가 거래를 독과점해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거래기회를 상실하거나 고가에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적정균형가격 발견이 조기에 이뤄지고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4월부터 주관사의 허수성 청약 수요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주관사는 주금납입능력 확인기준을 자체 마련하고 이에 따라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 확인의무를 게을리한 주관사에 대해서는 금감원 검사를 통해 업무정지 등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상장 직후나 의무보유기간 종료 후 공모주 물량이 쏟아지는 걸 막는 조치도 취해진다. 주관사가 의무보유 확약기간에 따라 물량을 차등 배정하는 등 의무보유 관행이 확립된다.
12월부터는 IPO 단기차익거래 추적시스템을 가동해 의무보유 미확약 기관의 공모주 매도 내역을 모니터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