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태원 청문회서 "마약과 범죄예방만 집중" 與 "이임재, 경비경력 요청했어야"

여야는 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1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경찰의대응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마약 수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증인을 포함해 50여 명의 형사들이 20시부터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류 범죄 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을 벌였다"며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파 관리와 관련해 사전에 지침이나 지시를 받은 바 있나'라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묻자 "저희는 인파 관리가 아니고 인파 속 예방적 형사활동을 하는 임무였다"며 "형사조끼를 착용하고 인파 속에 들어가 소매치기, 강절도, 성추행 등 범죄 예방 활동을 했다. 서울청에서 하달된 공문 내용 중에 예방적 형사활동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파 관리가 주된 임무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참사 관련해 어떠한 은폐도 안 된다는 지시를 수도 없이 했다"며 "서울청은 이번 핼로윈과 관련해 범죄 예방 목적으로 전체적으로 배치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바 있다"고 답했다.

또 천 의원은 "지난 12월 28일자 경찰인사에서도 유임이 됐다. 윤석열 정권이 사실상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전예방과 초동대응에 실패한 책임이 있는 이번 참사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유지하면서 증거 인멸과 진실 은폐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과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서울청 정보라인의 구속, 용산서 정보계장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 자리 보존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증인이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이번 참사의 책임 회피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경찰에서 몇 년 전부터 이태원 지역에 핼로윈 데이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나"라고 묻자 김 청장은 "압사라든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 사고 관련해서는 그동안 위험성에 대한 제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2019년과 2020년 경찰이 마련한 핼러윈 데이 치안대책을 공개하며 "인구밀집으로 인한 압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짚었다.

또 "서울경찰청은 마약 등의 범죄 예방을 위한 가시적 경찰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태원 지역 형사 인력 보강을 지시했는데 인파 운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동대는 배치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청장은 "인파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배치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여당은 특히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강도 높게 추궁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응, 다중인파에 대한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 시스템 부족, 현장에서의 체계적 구조 부족 등이었다"면서도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참사에 책임이 큰)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사태에 대해 몇 시에 연락을 처음 받았고, 누구로부터 받았나'란 질문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23시다. 직원들간 교신하는 무전을 듣고 알았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은 22시 35분에 무전에 최초로 등장하는데 그때는 참사 인지를 못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어 전 의원은 '경비경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따져물었다.

또 참사 당일 오후 9시 57분에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장과 통화를 했는데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는 이 전 서장의 발언에, 전 의원은 '송병주 전 실장의 보고가 정상적이었다고 보나. 최소한의 보고를 했다고 보나, 긴박한 상황을 이 전 서장에게 보고하면 빨리 대처할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따져물었다.

참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파출소 옥상에 올라간 이유에 대해 묻자 "높은 곳에서 전체를 보며 교통관리나 인파 해산 작전을 하기 위해선 지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한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야당은 거세게 비판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서 159명의 젊은 청년들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신년인사회 때 이태원 참사 고인에 대한 명복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게 이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갖고 가려고 하는 바를 가늠할 수 있다"며 "특수본의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는데 행정안전부 장관 한 번 소환 안 하는 부분, 이태원 참사 당시 정부에 컨트롤 타워가 없었는데 하급직들만 구속시키고 수사하는 부분은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더군다나 재난안전법에 보면 행안부 장관이 모든 것을 총괄하게 돼 있다. 상층지휘부에 대해선 수사와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 제기를 안 할 수 없다. 특수본은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등 책임있는 사람들을 빨리 수사해서 응분의 처벌을 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