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尹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토론회 개최
김윤 교수 "기재부 추계, 비현실적…보험료 인상 전혀 하지 않았을 때 가정"
"현재 적정 수준 이상 적립금 보유…건강보험이 진료비 지급 불가한 상황 아냐"
"건보 재정 누수 원인…병상 공급 과잉,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 꼽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건강보험 정상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른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재정 건전성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를 맞았다는 정부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전날(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 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국회토론회'에서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찾아왔다는 주장에 '가짜'라고 정면 반박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은 1년 단위로 수입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단기 사회보험이다. '재정 위기'라고 말하려면 건강보험이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야 한다"며 "단기보험에서 적절한 수준의 적립금은 보통 20%(14조원)에서 많이 책정하면 30%(21조원)이다. 현재는 적정 수준 이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0~2060년 장기 재정전망에서 2040년 누적 적자가 6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하고, 기재부는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건강보험은 2025년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건보 재정 전망치는 2026년 건강보험료율이 법적 상한선에 도달 후 2040년까지 보험료 인상을 전혀 하지 않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과 진료비 증가율을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수치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손꼽는 초음파와 뇌 MRI 보장성 확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비췄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초음파와 뇌 MRI 검사 중 남용이 의심되는 진료비 규모는 2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9%"라며 "(100조원 중) 0.2%에 해당하는 2000억원 때문에 재정위기가 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실질적인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이 △병상 공급 과잉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 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병상 공급 과잉과 관련해 "병상 공급이 늘면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까지 입원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OECD 병상 수와 병상 구조를 갖추면 전체 입원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게 되며, 2021년 건강보험 입원진료비 35조4000억원 중 11조8000억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직장 가입자보다 지역 가입자에게 더 걷는 불공평한 구조"라며 "병상 과잉 공급도 규제를 안 하고, 만성질환 관리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와 일차의료체계도 개편하지 않고, 실손보험도 개편하지 않고, 의료전달체계도 손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들어가는 돈을 충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회적 약자인 지역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14조원이나 더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여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4월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새정부 정책 혁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건강보험제도의 높은 보장성이 기업 재정 부담을 높인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또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공단 인력을 343명 감축하고 당뇨, 고혈압 등 일차의료 담당 부서가 축소·폐지되는 대신 민간보험사들이 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복지부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중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전 정책국장은 "이러한 행보는 전국민건강보험을 민간보험으로 점차 대체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2005년 삼성생명 전략보고서에 명시된 대로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정부의 정책은 보장성을 줄여 환자 의료비를 올리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확대 민간병원을 더 배불리겠다는 친기업‧반서민적 의료민영화다. 이대로 추진되면 기업의 의도대로 건강보험은 위축되고 공공의료는 설 자리를 잃어 미국식 의료제도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