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주주서한 불수용하면 공개주주 캠페인·법적조치”
“1600억원 챙긴 이수만...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필요”
“은행주 너무 싸다...대출성장 대신 배당 늘려야”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뽑아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를 위해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SM이 우리의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주주총회까지 안 가길 바란다. 표 대결은 SM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주주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표 대결에서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26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거버넌스를 개선할 때까지 공개주주 캠페인과 법적 조치를 동시 진행하면서 액션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으로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결을 요구해 계약 조기 종료를 이끌어냈다. 감사선임에 성공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얼라인파트너스를 창업한 계기는.
원래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하는 사모펀드에서 일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사모펀드가 인수합병(M&A)하는 가격보다 훨씬 싸게 거래되더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저평가된 우량한 상장기업에 의미 있게 장기투자할 생각으로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현재 알려진 투자로는 SM엔터테인먼트와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가 있다.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원칙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도 시장 지위와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 중 저평가된 기업을 위주로 보고 있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기업 중 저희 역량을 활용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 B2B(기업간거래) 기업은 경기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등락하고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피하는 편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요인 중 하나는 자본 효율성이 낮다는 거다. 우리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9% 수준으로 대만(17~18%) 등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도, 배당도 안 하고 돈을 그냥 쌓아두기 때문이다. 회사의 자본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서 현금을 재투자하거나 주주들에게 돌려주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주주행동이 주목을 받았다. 외부감사를 선임한 데 이어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인 라이크기획과의 조기 계약종료를 성사시켰다. 어떤 내용인가.
SM은 케이팝의 선구자로 국가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 근데 기업 규모나 역사에 비해 굉장히 저평가되고 있다. 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회사와 계약을 맺어 매출액의 6%, 영업이익의 3~40%를 로열티 형태로 받아갔기 때문이다. 금액으로는 20년간 1600억원 정도다. 2019년에 KB자산운용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주주서한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수용한 이유는.
우리는 주주서한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주주들의 표심을 보여줬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선임에 성공했다. SM은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하고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론 2019년과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2년새 동학개미운동으로 투자자가 많아졌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의무)가 도입되면서 행동주의펀드에 호의적인 환경이 마련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일반주주 의결권은 얼마나 모았나.
발행주식총수 기준 33%를 모았다. 감사선임은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돼 이렇게까지 많이 안 모아도 이길 수 있었다. 감사선임 건뿐만 아니라 일반결의 사항도 더 많은 표를 모았다. 그래서 이사들이 위임장을 체크해보고는 전부 사퇴했다.
-지난 14일 SM에 비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요구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민이 직접 국가를 운영하기 어려워 국회의원을 뽑듯이 주주들이 직접 기업을 경영할 수 없어 이사회를 세운 거다. 지금 SM은 사외이사 1명, 사내이사 3명인데 사외이사를 늘리고자 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뽑자는 게 우리 주장이다. 대주주가 이사회 전체를 임명하면 그 이사회는 일반주주가 아닌 대주주만을 위해 일한다. 독립적인 이사, 특히 주주들이 추천한 이사가 많이 참여해야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내년 주주총회까지 어떤 요구사항을 제시할 생각인가.
우선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1월 13일까지 달라고 했다. 우리의 합리적인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주총까지 안 가길 바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표 대결을 통해 우리가 사외이사를 임명해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할 생각이다. 공개주주 캠페인과 법적 조치를 동시 진행하면서 회사가 거버넌스를 개선할 때까지 액션을 계속할 예정이다.
-표 대결은 어떻게 되겠나.
회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올해 주총처럼 주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회사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주주들의 뜻을 받아들여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간다면 무조건 주주들에게 좋은 결과로 나올 거라 생각한다. 표 대결에서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일반주주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주주제안 캠페인을 펼쳤는데.
임성철 IT플랫폼팀장과 의기투합해 ‘비사이드코리아’라는 전자위임장 서비스를 개발했다.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주주총회에 가거나 위임장을 써야 하는데 서면위임장은 과정이 복잡하고 불편하다. 온라인으로 표심을 결집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2분 만에 전자위임하고 안건별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어 활용도가 계속 커질 거라 본다. 전자위임장 외에도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해 인증된 주주끼리 의견을 나누고 주주제안을 준비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우리금융지주를 첫 투자대상으로 삼은 데 이어 최근 JB금융지주 지분을 인수했다. 은행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은행주는 너무 싸다. 이익이나 자산건전성이 양호한데도 마치 망하기 직전처럼 거래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2~0.3 수준으로 너무 저평가됐다. 사실 은행 경영진은 굉장히 주주친화적이다. 대주주가 없어 주가가 내리거나 배당을 안 하길 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주가가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은행주가 저평가된 원인이 배당이라고 보나.
해외 은행은 평균 80~9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의 25%만을 배당에 쓰고 있다. 나머지는 대출 성장을 위해 자본을 늘린다. 국내총생산(GDP) 1%대 저성장 국가에서 대출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자산규모를 계속 키우는 건 주주가치 차원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자본배치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정상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이유로 과도한 배당을 자제토록 하는데.
배당과 자산건전성 둘 다 지킬 수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대로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배당을 늘리고 대출 성장은 줄이면 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출 성장을 너무 많이 한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장치는.
상법 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해 이사가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지게끔 해야 한다. 어떻게 회사와 주주가 분리될 수 있겠나.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례를 내놓거나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주주대표소송도 쉽게 만들어야 한다. 이사가 회사나 주주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증거를 주주가 직접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를 실효성 있게 바꾸고 주주대표소송을 전담하는 상사법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규제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다는 기본원칙을 잘 정립하고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 자율규율할 수 있게 되면 거버넌스가 자연스레 좋아질 거라 본다.
-소송 남발로 기업 경영활동이 방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례 몇 개만 나온다면 소송을 피하려고 기업들이 행동을 바꾸지 않겠나. 몇 년만 있으면 소송할 거리가 없어질 거라 본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을 보고 다른 기업들도 긴장했을 것 같다. 행동주의펀드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주주가 주주행동을 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 이걸 할 주체가 행동주의펀드밖에 없다. SM이 다행히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회사에 감사드린다.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행동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여겨보고 있는 기업은.
여러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중점적으로 하는 산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콘텐츠, 엔터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보고 투자기업을 물색 중이다. 은행도 저평가돼있어 기회를 보고 있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자산주’도 우리가 관여해 기업가치를 높일 역량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어떤 내용인가.
해외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투자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외면했었는데 최근 들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행동주의가 퍼져나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시작점이라고 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해외투자자도 우리 전략에 투자할 수 있게 펀드를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단계다. 해외펀드를 모집한다고 해도 투자전략이 바뀌거나 하진 않을 거다.
-행동주의펀드의 대표자로서 마지막으로 할 말은.
행동주의펀드가 남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좋은 투자전략이다. 사모펀드(PE)에서 일할 때는 M&A로 돈 벌면 우리만 좋은 일이라 마음이 아팠는데, 행동주의펀드는 5% 지분으로 회사가 잘 되면 나머지 95% 주주에게도 좋은 일이라 보람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가상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좋은 사례를 만들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