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회의 주도, 국가·경찰, 국민 인권 보호 위한 정당한 행위"
"시민감찰위원회는 경징계…중징계 요구, 경찰청장의 본심 아닐 것"
"경찰국 설치와 이태원 참사', 경찰의 손발을 권력 향하게, 안전 시스템 무너진 원인"
"이태원 참사 특수본 수사, 차곡차곡 진행…수사 범위, 방향 맞아"
◆…류삼영 총경이 8일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해 중징계 위기에 처한 류삼영 총경은 12일 "중징계든 경징계든 저에 대한 징계는 저와 행동과 뜻을 같이 한 54명의 행위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규정 위반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때문에 끝까지 국가와 경찰을 위한 의로운 행위, 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류 총경은 12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징계위 결과가 나오게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법적인 절차는 소청이고 그다음 행정소송 절차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 총경은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7월 23일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총경 54명이 참석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 당시 류 총경은 회의를 중단하라는 상부 명령을 거부하고 회의를 계속했다가 대기 발령돼 감찰까지 받았다.
앞서 9월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류 총경에 대해 경징계를 권고했으나, 윤희근 경찰청장은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고, 이달 8일 위원회가 열렸다.
8일 류 총경은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 출석 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앞에서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에서 경징계 권고를 했음에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중징계를 요구한 것은 더더욱 부당하다"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을 현저히 벗어난 징계권 남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7월 23일 당시 총경회의를 진행하던 중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쟁점인가'라는 질문에 "맞다. 그 이후 지나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찰의 위신을 실추한 걸로 나온다"고 답했다.
시민감찰위원회의 경징계 권고, 윤희근 경찰청장의 중징계 요구에 대해 "시민감찰위원회는 필수 절차가 아니다" "경찰청장이 저를 중징계나 무죄 방면을 하기에는 여러 부담이 있어 그 부담을 직접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경찰청에 있는 시민감찰위원회를 소집해서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들어서 하는 식으로 했는데 그 위원회의 권고사항이 경징계 요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자기가 경징계를 할 요량으로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를 소청했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중징계 요구는 경찰청장의 본심은 아닐 것으로 본다"며 또 다른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징계 사유에 대해 "한 가지는 직무 명령을 제가 안 따랐기 때문에 복종 의무 위반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위신을 실추시킴으로써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직무 명령을 왜 안 따랐느냐. 직무 명령이 부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따랐다 하면 왜 부당했는지에 대해서 도돌이표 형식으로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징계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법원에 징계결정 취소소송을 낼 계획이다.
앞서 '경찰국 설치가 이태원 참사와 무관치 않다'고 발언한 데 대해 "경찰국 설치 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찰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많은 나라에서 경찰 치안 시스템을 수입하기를 원해서 전수할 정도로 유능한 경찰이었다"며 "경찰은 치안 전문가이고 경찰청장도 안전 전문가이신데 안전에 관한 경험이 거의 없다 한 장관이 지휘하고 통제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 안전을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찰의 눈과 귀와 손발을 인사권을 쥔 저쪽을 보게 한 것이 안전 시스템이 무너진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경찰청 소속 기동대가 주로 집회 시위 대응에 배치됐고, 용산 대통령실 이전도 영향을 미쳤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용산경찰서에서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 경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니까"라며 "이에 더해 경찰 인사권을 장관이 실질적으로 행사하겠다 하니까 대통령실 이전만 해도 엄청난 부담인데 인사권을 행사하는 장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찰의 판단이 국민 안전보다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권력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며 참사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부가 천명했던 마약과의 전쟁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란 질문에 "영향이 없었다고 말씀 못 드리는 게 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경찰을 그대로 제대로 일하게 두었다면 경찰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안전이고 그다음은 질서 유지고 그다음이 수사인데 경찰이 지금 행안부의 통제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경찰다운 판단이 못 들어가고 수사가 조금 더 국민의 안전보다는 더 우선된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수본 수사에 대해선 "국민들의 급한 마음은 아시겠지만 한달만에 신속하게 나오는 수사는 흔하지 않다"며 "경찰 특수본의 수사는 차곡차곡 되고 있고 현장 상황에서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대상자에 대한 수사가 되고 점차적으로 정책 결정을 한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범위와 관련해서도 경찰의 책임에 대한 수사를 중심으로 구청, 행안부, 서울시로 이렇게 확대돼 가는 수사의 방향은 맞고 속도는 그렇게 늦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13일 류삼영 총경에 대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중징계 요구에 유감을 표했다.
경찰직협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당시 회의는 휴일에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를 중단하라는 직무명령이 적정했는지 의문이고, 과거 검사 회의와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