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서민감세'를 기조로 마련한 자체 수정 예산안을 "말로는 서민감세라고 하지만 눈 감고 아웅 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주주들, 개미투자자들, 종업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인하, 그리고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에는 반대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민주당을 향해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고쳐주면서 선행한 것처럼 보이는 흥부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며 "자신들 정권 때 세금폭탄으로 세금을 잔뜩 올려놓고 이제 그거 조금 깎아주는 것을 '서민감세', '국민감세'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에서 약 2조 원가량 삭감한 민주당 자체 수정 예산안은 ▲연 5억 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인하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최저세율(6%) 구간을 현행 1200만 원 이하에서 1500만 원 이하로 조정 ▲월세 세액 공제율은 현행 10%에서 15%로 상향 등을 골자로 한다. 여야가 오는 15일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안과 민주당 단독 수정안 모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슈퍼 대기업 감세는 전략상 양보할 수 없고 당의 정체성 이념과 관련된 문제라고 규정하고 나니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며 법인세를 1~2% 낮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에 법인세를 3% 올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당의 정체성'이라는 말은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가 낮아지면 그 이익은 그 법인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 개미(투자자)들, 종업원들에게 돌아간다. 재벌 한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어제 KDI(한국개발연구원) 새 원장께서도 법인세가 내려가면 서민들이 혜택을 본다는 실증적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는가"라며 민주당을 향해 "최고의 조세 전문가이자 자당 출신 국회의장인 김진표 의장의 중재안(법인세를 3%포인트 낮추고 2년 뒤부터 시행)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측 간사이자 조세소위 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전 정권의 과도한 증세가 문제이기 때문에 감세가 필요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내리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민간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하는데 현재 4개로 돼 있는 과표 구간을 더 복잡하게 5개로 하려는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이야기했던 소득세 과표 구간 관련된 사항과 월세 공제 확대 부분은 지난번에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추진할 때 민주당이 찬성했다"고 밝히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합의라고 운운하면서 뒤엎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민주당은 유리할 때는 합의라는 단어를 쓰고 필요할 때는 뒤엎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서민감세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 중에 40%는 면세점 이하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진짜 서민이라면 세금을 낼 정도도 소득이 없는 이런 분들이 서민"이라며 "이런 취약계층에 대해 예산상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속히 예산협상을 해야 함에도 서민감세라는 말로 국민들을 또다시 현혹하는 민주당은 각성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민을 위해서라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한시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많은 중소기업이 인원 부족으로 일감도 받을 수 없고 그 기업에 일하던 사람이 52시간으로 일하는 수입만 가지고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이탈한다. 말하자면 30인 미만 업체의 노동시장의 대혼란이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며 "민주당은 말로는 경제를 살린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것을 외면한 채 일몰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강제적으로 국민들에게 일을 더 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가 원할 때 한해 추가 연장 근로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선진국 수준의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큰 방향을 갖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3고(高) 시대 등을 겪으면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한 때가 됐다. 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기반을 마련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