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8일 결국 상장폐지... 유통 계획과 실제 유통량 차이가 결정적 원인
후발주자로 뛰어든 넷마블·카카오게임즈·컴투스 등으로 영향 확산 우려 나와
전문가 "유통량 기준 등 공시 규제 확립 필요... P2E 게임 사업은 난항 예상"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8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됐다.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자체 코인을 발행한 넷마블 등 게임사들은 표면상으론 이번 위믹스 사태와 무관하게 블록체인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속사정이 편하지 만은 않은 분위기다.
이들 게임사가 발행한 코인을 점검한 결과 실제 유통량과 유통 계획에 대한 공시가 일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믹스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위믹스 상장폐지의 결정적 이유는 당초 유통 계획보다 훨씬 많은 위믹스 코인이 시중에 유통됐기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뒤늦게 유통량 정보를 코인마켓캡과 연동해 투자자들에게 실시간 제공하기 시작했다.
먼저 컴투스홀딩스의 가상화폐 '엑스플라(XPLA)'도 위믹스처럼 코인마켓캡과 실시간으로 유통량을 연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엑스플라는 컴투스그룹의 블록체인 플랫폼 'XPLA'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이며 총 발행량은 20억XPLA이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인마켓캡과 실시간 연동되는 시스템을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 2일 가상자산 공시업체 쟁글에 4분기 유통 중인 수량이 9106만8244XPLA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유통 계획 관련 정보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가 월말, 분기말 기준 유통 계획을 상세히 공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엑스플라가 상장되어 있는 코빗, 게이트아이오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향후 유통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카카오게임즈의 가상화폐 '보라(BORA)'는 업비트와 쟁글에 각기 다른 유통 계획을 공시하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보라는 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플랫폼 'BORA 2.0'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이며 총 발행량은 12억575만BORA이다.
보라 유통량은 9월 30일 기준 쟁글에서는 9억2944만7164BORA, 업비트에서는 9억8050만7164BORA이다. 12월 31일 기준 유통 계획은 쟁글에서 9억8050만BORA, 업비트에서는 10억9975만BORA를 공시해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날 코인마켓캡에 연동된 보라의 실시간 유통량이 9억2750만BORA로 집계돼, 업비트와 쟁글 양쪽 유통 계획 모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거래소에 향후 유통 계획을 제출할 때 최대값을 산정해 제출하고 있어 실제 유통량과 다를 수 있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반면, 넷마블의 가상화폐 '마브렉스(MBX)'는 코인마켓캡에 연동된 실시간 유통량과 유통 계획이 부합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의 블록체인 플랫폼 'MARBLEX'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이며 총 발행량은 10억MBX이다.
넷마블 측은 쟁글에 분기별 유통 계획을 공시하고 있다. 쟁글에 의하면 3분기 유통량은 3109만1923MBX이며 4분기 유통량은 3609만1923MBX이다. 아울러 이날 코인마켓캡에 연동된 실시간 유통량은 3609만1774MBX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상장폐지 결정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투심이 악화되겠지만, 향후 유통량 기준이 정립되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에 대한 기준이 없고 감사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이 혼란한 것"이라며 "유통량 기준 등 공시 관련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홀딩스 등 국내 상장 게임사들이 향후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정 연구원은 "위메이드는 P2E 게임 사업에 매진해 왔기 때문에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컴투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도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는 게임성만 뒷받침되면 가상화폐가 화폐 기능을 하면서 P2E게임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게임 내 화폐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