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은 "조계종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 사과였나? 방송용 사과 아닌가"
"진심 어린 사과, 추모의 공간 마련, 제대로 된 진상 규명 해달라"
윤복남 변호사 "연유는 모르나 희생자들 44곳 병원에 흩어져…장례 치르며 유족들 만날 기회 봉쇄"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현재 유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애도와 추모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국가배상 논의와 관련해선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라며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조미은 씨는 지난 22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제 슬픔이 가장 슬픈 슬픔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렵게 유가족들을 만나보니 제가 슬픈 건 슬픈 것도 아니었다. 다른 분의 슬픔이 제 슬픔보다 훨씬 더 깊었다.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국민들이 좀 알고 있으니까 나라도 나서서 이 참사를 알려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며 언론 인터뷰에 나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조씨는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부모조차 없다"며 "왜 나라에서 그런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해주지 않는 거냐"며 관련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한이는 휴대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이 금방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유가족들은 휴대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휴대폰이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부모에게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병원이 너무 멀리 여기저기 다 흩어져 있어서 병원을 찾아서 헤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겪으셨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사과를 유가족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시나'란 질문에 "조계종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 사과였나? 유가족들이 사과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봐도 사과를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조계종에서 이루어진 사과는 저희에게 와 닿지 않았다. 방송용 사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 법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국가배상 논의에 대한 일부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다. 그렇게 하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런 뇌물이면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가족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라며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모아 놓고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그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주시라"며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주시라.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사과하시고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민변의 '10·29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참사 이후 유가족 분들이 가장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 "유가족들은 언론과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참사 발생 후 24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참사의 원인 규명, 어떤 재발방지책 의논도 없이 유가족은 소외됐다. 정치적 발언들만 난무했다. 이대로 가면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이 될 수 있다는 이런 우려 속에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 158명이 목숨을 잃은 지 24일 만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민변 이태원 참사 TF가 발표한 유족의 6가지 요구사항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 △모든 책임자를 조사해 엄격한 책임을 물을 것 △진상규명 경과를 투명하게 밝히고 유족의 참여를 보장할 것 △피해자들이 소통할 공간을 보장하고 인도적 조치를 할 것 △유족과 협의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추모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 등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 표명을 정식 사과로 보지 않는가'란 질문에 "진정한 사과는 잘못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태도가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모여 위안받을 수 있는 자리를 정부가 사실상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 "연유는 모르겠는데 희생자 분들이 44군데 병원에 흩어져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유족들이 장례 치르면서 만날 기회가 봉쇄됐다. 원래 지침에 따르면 유족들에게 합동장례로 할지 개별장례로 할지를 묻게 돼 있다. 그런데 그런 문의도 전혀 없이 공무원의 재촉 속에서 개별장례로 그냥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위로금, 장례비 등 지원 정책에 관해서 "금전 배상에 앞서 참사의 원인과 진상규명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며 "유가족 분들께 관련 정보는 소외한 채 지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유족 분들의 입장에 대해 묻자 "자세한 의견을 듣진 못했다"며 "다만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이게 유족 분들의 입장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해야 된다는 게 아마 유족들의 뜻일 걸로 짐작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