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사과, "진정성 있는 사과 아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28명이 22일 오전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 등 6가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10.29 참사 대응 TF단장을 맡고 있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윤복남 변호사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진행자가 '유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유가족들이 언론과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참사 발생 후 24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없이 유가족이 소외됐고, 정치적 발어들만 난무했다"며 "이대로 가면 안타까운 희생이 헛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유가족들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과 표명도 없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죄송한 마음이다' 이렇게 언급한 것은 정식 사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윤 단장은 "진정한 사과는 잘못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태도가 진정한 사과라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유가족들이 정부에서 유족들이 서로 모여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연유는 모르지만, 희생자 분들이 44군데 병원에 흩어져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유족들이 장례 치르면서 만날 기회가 봉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지침에 따르면 합동장례로 할지, 개별장례로 할지를 유족들에게 묻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단장은 그러면서 "그런 문의도 전혀 없이 공무원의 재촉 속에서 개별장례로 그냥 마무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들이 장례 전후에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민변에 연락이 와서 지방에서 공익변론을 하면서 그 이후 알음알음으로 소개받기도 하고, 2주 전에 '정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기자간담회를 한 번 했는데 그 이후에 많은 유족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유족들의 기자회견장에서 '유족들 중에는 자신의 자녀가 몇 시에 어떤 이유로 이 병원에 안치됐는지를 정부로부터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묻자 윤 단장은 "(정부로부터) 아무 설명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유족 중 한 분은 사망진단서를 갖고 오셨는데, 시간불상 장소불상 사인불상 등 모든 게 불상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참사 직후에 위로금 2천만원, 최대 1500만원의 장례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가 있는데, 유족들이 이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윤 단장은 "금전 문제에 대해선 유가족 분들로부터 따로 말씀을 듣지 못했다"며 "금전 배상에 앞서 참사의 원인과 진상 규명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관련 정보에서는 소외시킨 채 지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며 "저희가 만나는 유족들은 지원이니, 배상이니 이런 걸 논할 때가 아니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명단공개에 대해 유족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애당초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추모공간을 만들 때 위패를 모실 것인지를 각 유족 분들의 뜻을 묻고 했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단장은 이어 "온라인 매체나 종교단체가 추모를 위해서 공개한다고 하니까 그거 유족 동의를 안 받은 거 아니냐 하고 비난하는 정부 처사가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저희 요구사항에도 나와 있듯이 공식적으로 유족에게 위패를 모실 것인지 희망 여부를 물어서 이름 공개 여부를 처리를 해야 된다. (정부의) 공적 처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국가애도기간 동안에 위패나 영정이 없는 분향소를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방문해서 참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에 대한 유족들의 평가는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민변 모임에 참여하신 유족 분께서 뉴스에도 나왔는데, 시청 앞에서 너무 속상하고 답답해서 조화를 부셨다고 한 유족이 저희 앞에서 직접 '제대로 처리도 않고, 제대로 사과도 안 한 상태에서 이걸로 충분하냐'고 말을 했다"며 불만섞인 의견을 전했다.
윤 단장은 정치권에서 핵심 쟁점으로 국정조사를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는데, 유족 분들의 입장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자세한 의견을 듣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게 유족 분들의 입장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해야 된다는 게 아마 유족들의 뜻일 걸로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문제에 대한 유족들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유족들의 뜻은 아주 강하다. 특히 이상민 장관이 과거에 했던 발언들로 인해서 상처를 많이 받으신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변호사들 생각으로도 재난안전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의 의무가 엄존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서 재난 상황을 미리 사전에 대응하는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총괄책임자 입장에서 전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 단지 119 신고에 대해서 알았느냐 몰랐느냐의 문제 이상의 어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행자가 '유족분들끼리 모여서 서로 연락해서 의견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그러려면 희생자가 누구인지 파악이 돼야 하는데, 명단이 유족들한테도 공개가 안된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윤 단장은 "유족분들도 많이 답답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라며 "적절한 시점에 행안부에 유족들의 입장을 전달하고, 법적으로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에 전체 158명의 희생자 가운데 희생자 기준으로 38명이 참석하고 있고, 유가족은 한 6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며 기자회견 이후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