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노조 "서울시의회 직접 나서 방송사 없애는 나쁜 선례 만들어"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조정훈 언론노조 TBS 지부장은 16일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 한 방송사를 없애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정훈 TBS 노조 지부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교통방송 사업서부터 32년간 운영돼 온 방송사를 단 두 줄짜리 폐지조례안으로 없애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지부장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TBS 정상화를 계속 얘기했지만 정상화의 생각이 우리가 생각하는 TBS 정상화하고는 좀 다르지 않았나 보셨을 것"이라며 "TBS의 공정성을 비판하면서 정치적으로 전혀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탄압하고),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서 한 방송사를 없애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가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면서 예산 삭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시의회 조례안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조 지부장은 "약간의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오세훈 시장도 무분별한 예산 삭감을 보면 큰 틀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TBS에 대한 압박에 관련돼서는 같은 생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밝힌 TBS의 교육방송 전환에 대한 직원들의 입장에 대해 묻자 "교육 콘텐츠도 분명히 저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그것을 논의하는 것이 내부적인 논의, 그 다음에 어떤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강행일 때는 방송법 위반이라든가 언론장악에 대한 부분이 더 부각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 입장에서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되나'라고 묻자 "현재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비판, 논란, 그것이 가장 큰 중심인 것 같다"면서 "결국에는 결과를 놔두고 그 과정을 끼워맞추기 하는 식이라 내부 구성원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성 비판 논란에 대해서는 저희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이 여러 장점도 단점도 있다. 완벽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당연히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외부의 일방적인 정치권력에 의해서 바뀌는 것이 정말 그게 좋은 변화일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 구성원과 의견을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없고 일방적으로 그냥 진행이 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며 "저희도 지속발전위원회하고 공정방송위원회가 지금 운영 중에 있다. 물론 처음 시작하다 보니까 약간 어려움이 있고 속도가 더딘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그걸 기다려주실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데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TBS의 연간 예산은 약 500억원으로 이 중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한다. 올해 320억원이 편성됐고 서울시는 올해 232억원을 내년 TBS 출연금 예산으로 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시의회에서 증액해 줄 것 같진 않고 내년 살림이 가능하나'라고 묻자 "숫자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제작비는커녕 직원들의 월급마저도 주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솔직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 국민의힘은 TBS 개편안에 따라 새로운 예산 지원 방안을 조례로 제정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조례안 통과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조례 시행 유예 기간(2024년 1월 1일 전까지) 중 서울시의원이나 서울시장이 TBS의 전면 개편 방안 등에 대한 새로운 조례안을 제출하면 시민 의사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토대로 숙고해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의회가 TBS의 편향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 노력'을 염두에 두고 '압박성'으로 조례안을 통과시킨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