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물가지표에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대두
최종금리 인상 가능성 여전...연준위원 발언 눈길
환율 급락에 외국인 수급 지속 전망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의 외관. 로이터 제공
지난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속도조절론 내지는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재차 커졌다. 10월 CPI 상승률은 +7.7%로 전망치(+8.0%)를 밑돌며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이번주 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집중할 전망이다. 15일 뉴욕 연은, 필라델피아 연은, 16일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뉴욕 연은, 17일 세인트루이스 연은, 클리블랜드 연은, 18일 제퍼슨 연준 이사, 미네폴리스 연은 총재의 발언 등이 예정됐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블러드 총재 연설이 핵심이다. 블러드 총재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통화긴축 선호)를 떠나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하는 연준 위원으로 통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러드 총재가 연준의 최종 금리인상 수준을 좀더 높게 보는 의견을 낸다면 시장은 이에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 50bp, 1월 25bp, 3월 25bp를 인상해 기준금리가 5%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지표 호조로 인한 연준의 피봇 기대가 연장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달치 물가지표만으로 연준의 정책을 예상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며 “12월 FOMC가 11월 고용과 CPI를 확인 후 진행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지표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12월 FOMC에서 50bp 금리인상과 함께 연준이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며 최종금리를 예상보다 높일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며 “낮은 실업률과 주거비 중심의 물가상승 압력,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진정되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를 종료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재화 소비의 둔화는 성장률과 직결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물가 하락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430원에 달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40원대로 급락한 데 대해서는 10월 CPI 발표 외에도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단지 미국 물가에 기인한 원화강세는 아니다. 고용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일부 반영되던 과정에서 물가지표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의 원/달러 환율 오버슈팅은 조금씩 진정기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부터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수급의 증거이자 향후 원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은 더 이어질 전망”이라고 봤다.
외국인이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는 ‘차이나 런’도 시장의 관심사다. 시진핑 3연임에 따른 미중 갈등이 예고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10월 이후 코스피에서 5조20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미국 주정부가 운영하는 5조달러 규모의 연기금이 벤치마크 변경을 단행한다면 한국 증시로 유입될 자금 규모는 15~2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아직 벤치마크 변경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징후를 찾기 어렵다.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한 전술적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면 이 양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