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사적공간 아니다… 취재·감시 민주사회 당연한 기능"
현업언론 5단체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탄압 즉각 중단하라"
한겨레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민항기 이용 순방 취재 보도할 것"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들이 10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배제 결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 문화방송에 대해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과 관련해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시대착오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취소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윤 위원장은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언론노조를 포함 현업언론단체(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언론인 생활 26년차인 제가 그동안 숱한 기자회견, 기사를 써봤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기가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자가용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 마음에 들면 타도 되고, 거슬리면 내려야 하고, 이게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탄식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는 백퍼센트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전용기에 탑승하는 모든 언론사와 취재기자는 취재비용을 각사가 각출해서 자비로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행위들이 모두 공적 감시 대상이고,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사회의 당연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사인 MBC를 겨냥해서 너희는 전용기 타지마라, 대통령 비속어 막말, 욕설 파문이 너희들부터 시작됐으니 우린 이렇게라도 해야겠다라고 밝히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해 해외 순방 취재 언론사를 향해 사적 보복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용인할 수 없는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국가에서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권력이 언론을 사찰하고 감시한다"며 "대통령실은 즉시 말도 안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에 대한 취재 제한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수십년 동안 수많은 언론인들이 피흘려 쌓아온 언론자유에 대한 기본가치, 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대한 한국 사회의 합의를 깨뜨린 데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이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실 책임자를 전원 파면 조치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수십년 언론인이 일궈온 언론자유의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려 한다면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국민과 언론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역시 "대통령실은 그동안 제공하던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양 회장은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고, 대단히 개인적인 사적 영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언행이 언론의 취재 보도의 대상"이라며 "이 말은 곧 국민, 공적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요한 외교 일정을 위해서 항공기를 타고 가는 과정에 모든 기자들이 취재 하는데 특정 언론사만 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신의 언행이 언론 취재 보도 대상이 되고 공적 감시 대상이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몰각하고 있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국방문하고 귀국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비행기는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하고, 쿠웨이트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듯 대통령 전용기는 민항기와 다르게 대통령의 외교 일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항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실 기자단이 근접해서 취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오늘 아침 윤 대통령이 같은 취지로 취재 편의 문제다. 중대한 국익을 위한 조치라고 했는데, 저는 취재편의란 말과 중대한 국익이란 말이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익을 위해서라면 공인이고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취재보도의 대상으로, 공적 감시의 대상으로, 노출시키고 평가받을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 역시 "어제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거부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너무 깜짝 놀랐다"며 "27년간 영상기자로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어떤 정권에서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 협회장은 이어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인은 대통령실이 취재를 제한하고 취해할 수 없다는 취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에 대한 놀라움에 많은 언론인이 굉장히 많은 분노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일이 반복돼왔기 때문에 10.29 참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들이 이런 논란으로 불필요한 논란, 논쟁으로 뒤덮이고, 우리에게 참사의 원인과 이야기를 가로막고 잊으라는 신호로서 온다면 우리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제발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일들이 끝나고 제대로 돌아오면 좋겠다. 정신 좀 차리시라"고 비판했다.
현업언론 5단체는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탄압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기자회견을 종료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한겨레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이 지난 9일 밤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이유로 들어 이번 순방에서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며 "민항기를 이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취재 보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