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게시판에도 불만의 글 올리며 성토
범죄예방과 검거 목적으로 137명 이태원 투입
◆…사진: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 캡처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고강도 감찰에 착수하면서 현장 경찰관들의 불만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15분까지 총 11건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중 4번만 현장에 출동했다. 6건은 전화상담 후 종결했고, 1건은 불명확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들은 내부 게시판에 '대통령 연도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덜 지원해줬다'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다'며 성토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물으려 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진행과 관련해 "한 점 의혹 없이 국민들께서 믿음을 가지고 수사 방향을 지켜보셨으면 좋겠다"며 "국회라든가 정부,저희 경찰 내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수사 상황에 대해서 모니터링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정말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서 인원 증원 요청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개 직원한테 인원 보강을 한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될 것 같다.아마 혼잡 경비에 대한 인원 요청을 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재난안전관리라든가 안전관리기본법에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좀 더 축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예방을 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간과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다중 밀집할 수 있는 지역 축제에 주최나 주관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질서유지에 대해서 사전예방조치 등을 국가나 자치단체, 경찰 등에서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긴급하게 확인된 112신고만 11건인데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112 종합상황실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서울청에서 접수를 하고 그 다음에 용산경찰서, 용산경찰서에서 파출소 지구대로 지령을 하게 돼있다. 저희 현장에서는 지휘보고라든가 인력동원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실패하지 않았나 판단하고 있다"며 "신고 내용을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서 면밀하게 파악해 서울 시내에 있는 각 경찰서 지구대에 지원 요청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태원 파출소를 방문한 민 위원장은 "아침 6시쯤 갔는데 기가 많이 꺾여 있었다. 10명 중 8명 정도가 1년에서 3년 정도 경찰 생활한 신임들이 많았다. 좀 안쓰러웠다"며 "사실 이분들이 112 신고 지령을 받고 대처를 미흡하게 했다든가 신고 사건을 묵살을 했다든가 이러면 당연히 지탄을 받고 손가락질을 받는 게 맞지만 전혀 그러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들한테 특별감찰이라든가 이런 것이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자괴감도 들고 힘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참사 발생 시각인 29일 밤 10시15분에 이태원 경찰서에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 질문하자 "이태원 파출소에 당시 11명 정도 근무를 했다. 순찰차가 4대인데 너무 인파가 많아서 순찰차는 전혀 운영을 못 했다고 했다. 79건, 80건 정도 신고가 들어왔으며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며 "100m 정도의 섹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었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일단 해산시키려고 했으나 유입되는 인원이 너무 많다 보니까 그때 당시에는 조금 힘들지 않았나 그렇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대규모 집회로 경찰기동대가 오후 9시에 해산이 됐다는데 이태원 쪽으로 투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거기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137명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범죄예방이라든가 검거 목적으로 투입이 된 것 같아 좀 아쉬움이 있다"며 "기동대의 운용경력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마 지휘부에서 판단을 했어야 되는 부분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