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고자 "이미 6시 반부터 '내려가! 내려가!' 구호를 외치는 상황" 사고 가능성 경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 위에 많은 인파 상상 못하고 올라가"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전인 6시 34분 112에 "인파가 계속 밀려 올라와 '압사'당할 것 같다"고 최초 신고한 한 시민이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이미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은 그 위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올라갔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그 길에서는 사람들이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이미 6시 반부터 '내려가! 내려가!'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6시쯤 가족과 만나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세계 음식 거리, 클럽 거리, 해밀톤 호텔 뒷골목이라고도 하는 (골목) T자 부분의 윗부분부터 무서웠다"며 "저희가 구경하려고 들어섰을 때부터 뒤로 가야겠는데 뒤로도 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빠져나갈) 방법은 인파에 몰려서 쭉 한 방향으로 내려가야 되는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올라올 거라고는 못 봤다"며 "옆에 클럽에 줄 서 있던 빨간 벨트 라인 옆에 붙어있다가 호텔 방향으로 직진했다. 그때가 6시 30분 조금 전으로 해밀턴 호텔 2층에 있는 옷가게 문이 열려 있어서 거기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A씨는 "딸하고 남편을 기다리는 사이에 112에 신고했다. 1번 출구에서 굉장히 많은 인구가 올라와 90% 이상 그 (사고) 골목으로 모두 올라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A씨는 112에 신고하면서 "지금 해밀톤 골목, 그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너무 불안한다. 이거 압사당할 것 같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통제해 주셔야 할 것 같다"며 이미 신고 당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을 전했다.
A씨는 "주말에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저희가 내려올 때는 6시가 조금 넘었을 때인데 미취학 아동들을 목마 태우는 아버지도 있었고 유모차 밀고 내려오는 엄마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어떻게 내려왔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또 "'경찰분들이 오는데 시간이 걸리니, 젊은 사람들하고 인간 띠를 만들어서라도 이 골목 올라가는 걸 좀 막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때만이라도 심각성을 알고 판단을 다르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지난 29일 오후 6시 34분, '압사'라는 단어로 이미 사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종결했다.
두 번째 신고는 1시간 35분 뒤인 오후 8시 9분, 참사 1시간 전인 오후 9시 전후에는 신고가 집중됐다. 사고 발생 4분 전인 오후 10시 11분에도 신고는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