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연례 축제에 중앙조직기관 없었다…군중 통제에 대한 언급 없어"
백승주 "'축제' 명칭이 없다고 재난관리에 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냐"
CNN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지침, 매뉴얼' 없다는 말만 되풀이"
◆…지난 31일 오후 핼러윈을 앞두고 압사 참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를 보도하는 해외 언론은 한국 당국이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 운집한 군중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이 없었으며, 사고 발생 전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조짐이 있었는데도 군중 통제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한국에는 1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에 대한 안전 매뉴얼이 있지만, 매뉴얼은 안전 계획을 담당하고 정부 자원을 요청하는 조직 기구를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불과 2주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하는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이동의 흐름을 주도했고, 주요 도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며 "그러나 지난 29일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할로윈을 축하하기 위해 수천 개의 상점들이 영업을 위해 문을 열었다"고 짚었다.
이어 "서울 이태원의 인기 있는 유흥 지역에서 열리는 연례 축제에도 중앙조직기관이 없었다"며 "이태원이 위치한 용산구청은 핼러윈 주말을 맞아 불법 약물 남용과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논의했지만 군중 통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경찰은 단 137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했고, 이들 대부분은 군중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희롱이나 절도, 마약 등 범죄를 단속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참사는 한국의 안전 대책의 빈틈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WP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틀 전 용산구는 코로나 예방, 거리 청결, 식당 안전점검 및 마약류 사용 가능성에 대한 단속 등 대책을 내놨다"며 "그러나 약 10만명의 군중을 통제하기 위한 준비는 계획에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참가자가 1000명 이상인 행사는 미리 지방자치단체에 안전 관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축제' 명칭이 없다고 해서 재난관리에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권을 잡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다른 기관과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단순히 주최자가 있다 없다, 이것에 따라서 공적인 도로 영역에서 대응하는 행정기관의 안전에 관한 관리가 이렇게 차이가 나야 될 과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이런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핼러윈 축제 2주 전 같은 장소에서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주최로 개최된 '지구촌 축제'의 인파는 훨씬 많은 100만명이 모였다는데, 구별되는 점은 당시에는 일정한 군중 관리, 군중 통제가 있었다"며 "예를 들면 도로 통제, 한 방향 차량 진행,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통행 분산, 그런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일단 주최라는 특정적인 주관기관이 있었다는 점, 군중 통제와 관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매뉴얼 지상주의' 아니면 소위 규칙에 너무 매몰돼 있는 본말전도, 안이한 행정 태도, 그런 것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외신은 참사 당일 사고 위험의 조짐이 이미 지하철에서부터 나타났지만 대규모 인파에도 정부 당국은 미흡한 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일주일 전에는 약 2만3800명, 금요일에는 약 3만5950명이던 인원이 사고 당일 크게 증가해 이태원역에서 8만1573명이 하차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30일(현지시간) 압사 사고 발생 약 2시간 전에 승객들이 이태원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데 만 약 20~30분이 걸렸으며, 도로에서도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며 당국의 예방 조치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을 방문한 한 외국인은 3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계단에서) 사람들이 아래로 쏟아져 내려왔다. 마치 폭포 같아서 겁이 났다"고 당시 광경을 전했다.
CNN은 한국 경찰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어난 137명의 인력을 배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지침이나 메뉴얼’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재난 관리 전문가 줄리엣 카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당국은 토요일 밤에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올 것을 미리 예측했을 것"이라며 "당국은 위험할 경우 사람들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군중의 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