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지 않는 '안전부' 장관, 책임 묻지 않는 '대통령'실

이상민 장관의 발언… 여야 모두 질타

'이 장관 책임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구체적 답변 회피'

이 장관, 이날 오후 '유감' 표명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그전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이 분산된 측면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이 발언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그런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이 장관이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 역시도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 이런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이 장관의 태도를 겨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고 말하지 마라"며 "재난안전법 제66조 1항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 조항에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그 밖의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고 말하면서 정부의 무책임론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이런 여야의 우려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150(여) 명이 서울 시내에서 사망한 참사인데,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며 '대통령실의 입장이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앞서 답변(대통령께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사고수습과 후속조치라고 말씀한 바가 있다)을 드렸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갔다.

대통령실은 심지어 이상민 장관의 발언을 두둔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 장관의 '책임회피' 발언에 대해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짚은 것이란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다"며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적·제도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민 장관의 발언도 그런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라며 이 장관의 발언을 감쌌다.

이에 대해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중이 몰리는 지역은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만큼 인파를 분산하고 일방통행 등 제재를 가해하는 게 경찰 경비 업무의 기본"이라며 "경찰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인파였다면 그에 못지 않는 대비를 하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역시 "경찰의 첫번째 사명이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다. 주최 측 여하를 떠나 인파가 지나치게 몰리면 통행을 정리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행안부도 이번 참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법적 책임 이전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질서 유지가 안된 이유로 150여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부서의 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행안부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밤 늦은 시간에 희생자 한 분의 빈소에 다녀왔다"며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분의 따님이었다.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어떻게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는가? 생때같은 내 자식들을 왜 살려내지 못했는가?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어 "이런 분들 앞에서 어제 오늘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 가운데 누구 하나 진심 어린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