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회사채·CP 매입 재개...캐피탈콜 가속화
한은 “적격담보대상 확대 논의...RP 매입·SPV, 추후 검토”
한·미 3분기 GDP, ECB 자이언트스텝도 ‘주목’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연합뉴스 제공
‘레고랜드 사태’의 나비효과로 단기자금시장이 얼어붙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2020년 조성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24일부터 재개된다. 채안펀드가 단기자금 및 회사채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는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강원도가 보증을 선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미상환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우려가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산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4일부터 1조6000억원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추가 자금요청(캐피탈콜)도 속도를 내 다음달 초부터 본격 집행토록 한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한국증권금융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산은·기은·신보가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을 16조원 한도로 확대하고 HUG·주금공의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늘리는 등 방안이 논의됐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는 증권사와 중소형·지방 건설사 측 유동성 우려를 자극하며 국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면서도 “정책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장개입을 본격화했다는 점은 사태 진화를 가능케 할 긍정요인이다. 이후 심리불안 진정과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투자자들은 채권 디폴트 위기에 대비해 지급보증인의 이행의무를 재평가하는 중이다. 이러한 보수적 투자가 CP뿐 아니라 우량회사채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기초자산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치로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번 무너진 심리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추가 안정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0년 코로나 당시처럼 적격담보증권의 전향적 확대 조치도 고려할 만하다.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을 위해 증권사 유동성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이 적격담보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도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 다른 방안은 필요하다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美 GDP 플러스 전환...韓 대외경기 부진 여파
레고랜드 사태 외에도 한국·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유로존 통화정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 3분기 GDP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던 상반기와 달리 전분기 연율 2.2% 내외로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소비의 양호한 회복세와 무역수지의 적자폭 축소는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다만 금리상승에 따른 건설활동 부진으로 주택 등 민간 투자는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대로 플러스 전환할 경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고 연준의 공격적 긴축 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며 “국채금리의 오름세 및 달러에는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3분기 GDP는 전기대비 0.1%, 전년비 2.8% 수준으로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3분기부터 대외경기 부진으로 인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민간소비가 일부 지지해주며 2022년 연간 성장률은 2% 중반을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3분기 성장률 속보치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주택가격 하락폭의 확대로 민간 소비심리의 둔화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CB 자이언트스텝, 유로화 일시 반등 후 약세 전망
오는 27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됐다. 10% 안팎의 높은 물가에 대응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여지를 열어둘 가능성도 있다.
김유미 연구원은 “ECB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유로존 내 시장금리 상승과 유로화에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유로화 반등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에 따른 펀더멘털 위축 우려가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통화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재정을 통한 부양이 쉽지 않다면 유로존의 경기침체 이슈가 부각되고 유로화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전환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주요 선진국의 국채금리 변동성과 달러 강세라는 조합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 폭보다는 양적긴축(QT) 논의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QT와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조건 변경·상환 등에 대한 내용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할 경우 ECB가 신속하게 전달보호기구(TPI)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재점화될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관련 코멘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