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대 대표 인터뷰
고점 대비 반토막난 한국조선해양 주가
사모펀드 엑시트? 우회상장 대안 제시
연결기준 배당해야 자회사 흑자전환 반영
◆…한국조선해양 주가흐름 (2021.05~2022.10)
최근 DB하이텍, 풍산 등 기업이 소액주주의 반발로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산하에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있다. HD현대가 현대중공업을 재상장시킨 데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과 HD현대 산하 아비커스의 상장을 추진해 한국조선해양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10일 조세일보와 만나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한다면 한국조선해양은 껍데기뿐인 회사가 된다”며 “상장을 강행할 경우 현대중공업을 자진 상장 폐지하고 다시 한국조선해양과 합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은 조선 관련 신사업을 HD현대 산하에 편입해 한국조선해양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는 승계작업 이후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대는 42만2692주, 지분율 0.6%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상장으로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고점 대비 34.3% 하락했고 현재는 반토막난 상태다. 주가 급락과 관련해 회사와 소통한 내용이 있나?
-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부터 주주들이 항의했지만 사측은 ‘고점에서 못 판 주주들 잘못’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작년 초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2만원,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5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 한국조선해양은 8만원, 현대미포조선은 11만원대로 역전됐다. 현대미포조선은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없어서다. 현대중공업도 공모가 6만원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한국조선해양만 코로나 당시 급락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당시 어떤 논의가 있었나?
-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을 물적분할했는데 인수가 무산됐으니 원래 하나였던 회사를 다시 합병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조선해양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묻자 사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 때문에 사업계획을 시장에 오픈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그런데 IR 담당 상무가 ‘자신은 현대중공업 상장을 저지했는데 윗선에서 강경하게 진행했다’며 ‘아마 처음 물적분할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겠냐’고 얘기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물적분할한다고 해놓고 속마음은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주주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 인적분할을 해도 되는데 굳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한 이유를 납득 가능한 근거를 들어 해명해야 한다.
계열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IPO가 추진된다.
- IR팀에 의하면 내년 초 IPO 계획을 공시하고 내년 9월 상장하겠다고 한다. 앞서 가삼현 부회장은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고 얘기했다가 주가가 곤두박질치니까 ‘주주가치 보호 방안 없이 무리하게 상장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서 믿고 있었는데 주주가치 보호 방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주주를 위해 상장을 미룬 게 아니라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제값을 받을 때까지 지켜보려는 입장인 거다.
사모펀드 IMM PE가 현대삼호중공업에 4000억원을 투자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저지할 방안이 있나?
- 사모펀드의 원금보전을 위해 현대삼호중공업을 상장시킨다면 소액주주가 피해를 떠안게 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에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대안이 있다. IMM PE가 가져가는 한국조선해양 지분만큼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 지분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주식 30% 이상을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에게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IPO를 강행한다면?
-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강행할 경우 현대중공업을 자진 상장폐지해 한국조선해양과 합병하고,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30% 이상을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에게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 자회사가 모두 상장하면 한국조선해양은 ‘끈 떨어진 연’이 된다.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HD현대가 2020년 아비커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달 연료전지TF를 구성했다.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해석하나?
- 한국조선해양을 기술중심 회사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던 부서를 떼어내 HD현대 산하 자회사 ‘아비커스’를 세웠다. 올해는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고체연료 사업을 하겠다고 해놓고 HD현대 내 TF를 만들어 상장 계획까지 흘린 탓에 한국조선해양은 52주 신저가를 매일같이 경신했다. 신사업을 HD현대에 편입시키고 상장하려는 게 정기선 신임사장의 승계를 준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업 지배구조와 계열사 상장이 어떤 연관이 있나?
- 한국조선해양 주가를 떨어뜨려 껍데기로 만들어놓고 HD현대 산하 자회사들을 한국조선해양에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속셈이다. 실제로 아비커스와 관련해 항의하자 IR팀에서는 ‘나중에 돈 주고 사 오면 된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한국조선해양의 주가가 떨어져도 신경을 안 쓴다. 3사가 번 돈을 배당으로 받아 유보금을 늘린 뒤 자회사들을 사들여 HD현대 지분을 늘려가지 않을까 싶다.
회사가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 현 정관상 개별재무기준 30% 이상 배당성향을 명시했는데 이는 자회사에 기생하는 껍데기뿐인 회사라고 인증하는 꼴이다. 예를 들어 자회사 3곳에서 1조원을 끌어올렸는데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에게 3000억원만 배당하고 7000억원을 사내유보해 나중에 자회사를 비싸게 사오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연결기준으로 자회사 배당성향을 최소 30% 이상 명시해야 한다. 또 배당을 연결재무기준으로 하면 주가 하방에 대한 지지가 확실해져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이 엑시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달 14일 간담회에서 어떤 요구사항을 전달할 생각인지?
- 경영진과 대면하길 원했지만 IR팀과 간담회를 하게 됐다. 배당성향 연결재무기준 30%로 수정, 자사주 매입·소각,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강행 시 현대중공업 자진 상폐, 상장 철회 시 우회상장 등 요구사항을 IR팀에 메일로 보내 경영진 입장을 확인한 뒤 간담회에서 경영진 입장을 전달받고자 한다.
회사가 이달 28일까지 주주명부를 발송하기로 했는데 향후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할 계획인가?
- 주주대표소송은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워 과거 현대중공업 때부터 보유하던 주주들이 개인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의결권을 모아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분을 사외이사로 앉히고 안건을 상정하고자 한다. 내년 주총 때까지 3% 지분을 확보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과정에서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보상안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다.
DB하이텍, 풍산 등 기업이 소액주주 반발로 물적분할을 철회했다. 한국조선해양에도 영향이 있을지?
- 한국조선해양이 목적을 달성하게 돼도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물적분할 계획을 기습 공시하는 얌체 같은 기업이 많다. 그동안 물적분할 이슈를 개별기업의 거버넌스, 양심 문제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주주대표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거나 국회의원을 찾아가 호소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을 유도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