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9월말 외환보유액’에 의하면 지난달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전월말대비 196억6000만달러 줄었다. 13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50원에 육박하자 한은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한은은 9월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자 쏠림현상 완화를 위해 개입했고 10월에도 경제 펀더멘털에서 벗어난다면 시장안정을 위해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2022년 9월말 외환보유액’ 백브리핑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특정 환율을 타겟으로 실시하는 건 아니다. 시장기대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입을 하는 것이다”라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쏠림상황을 완화하고 시장을 정상화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쏠림현상은 환율에 대한 기대가 한쪽으로 발생하게 되면 나타난다.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또 반대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점을 유념해 시장의 쏠림 완화조치는 분명히 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은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이다. 외환보유고는 과거 금융위기 시기에 비해 두 배가 많아 충분한 규모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중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41.9%로 높은 상황이다. 지금 속도라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해 국가 신인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 오 국장은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 비해 신용등급도 높고 현재는 일본보다도 높은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다. 외화차입 여건도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수준에 미달한 점도 우려하고 있다. IMF는 연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 5%, 유동외채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본다. 오 국장은 “IMF 적정비율 기준은 신흥국 기준이고 우리나라 경우에는 그 기준이 적절하다고 보진 않는다. IMF에서도 외환보유액을 더 쌓으라고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선진국도 외환보유고가 우리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일정기간 일정비중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 외환위기라는 국제평가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위기라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될 지 어려움이 존재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절하된 것은 대부분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다. 환율 움직임만 갖고 외환위기라고 보긴 어렵다”며 “얼마전 일본은행도 200억달러 상당의 시장 개입을 했다. 외환보유액 변동규모가 비교 가능한 8월을 보면 외환보유액 증감액이 다른 나라도 크다. 외환위기라는 건 우리 경제를 묘사하는데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계약한 FIMA(미국 국채를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것)를 사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과 시장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내용이다. 미국 국채시장은 원활하게 관리되고 있고 우리는 미국시장 상황을 보며 결정하면 된다. 다급한 건 아니다. 시장 교란이 있다면 연준과 협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가 여의치 않다면 유사시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FIMA Repo 활용, 국민연금 보유 미 국채 활용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안정의 필요성과 방안’ 보고서에서 “외환당국은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외화자금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작년말 종료된 연준과의 통화스와프가 재개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연준과의 통화스와프가 환율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스와프가 여의치 않은 경우를 대비해 연준이 각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상설화한 FIMA Repo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한은은 외화보유액 중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FIMA Repo 활용 시 상당한 규모의 달러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아울러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 활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미 국채를 담보로 해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한은에 대출해주면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김광석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당장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할 수 있으나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외환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의 위기도 촉발되고 있다. 신흥국 불안이 우리나라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관점에서도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게 되면 공포감이 더 들고 자금유출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융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며 “금융불안이 고조될 경우 주식투자자들은 어려워진다. 외환건전성 유지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