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기시다의 '조건 없는 만남 제안'에 대한 화답"

첫째, 자위대 독도 출항 견제

둘째, 4600km 중거리 미사일…괌 타격거리, 미국 견제 의도

셋째, 기시다 유엔연설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 만나겠다'는 제안에 대한 화답

"북핵 문제 해결 위해, 중·러 설득해 북한 회담장에 나오도록 만드는 접근법 필요"

북한이 지난 4일 4600km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일본과 미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의도와 일본 기시다 총리가 제안한 조건없는 만남에 대한 북한식 화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북한이 일본 열도 상공을 거쳐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30일 한미일 연합훈련이라는 대잠수함 훈련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일본이 군함에 욱일기를 달고 우리 함정과 미군 함정과 함께 독도 근처에서 북쪽을 상대로 해서 대잠함 연합훈련을 한 것에 대해 일종의 반감 내지 경고의 의미로 일본쪽을 향해서 미사일을 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두번 째로 거리를 보면 4600km짜리 IRBM 중거리 미사일인데, 이것은 괌도를 때릴 수 있는 거리로 윤석열 대통령이 입만 열면 확장 억제 이야기를 하면서 미군이 갖고 있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대남 위협이나 도발을 견제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미국이 그것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것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고 짚었다.

방향면에서 일본의 한미일 연합훈련 참가를 경고하는 의미와 거리 상으로 괌도를 때릴 수 있는 거리라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경고도 동시에 갖는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세번 째로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했던 발언에 대한 북한식 화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아베 총리 시절에는 북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었는데, 이번 기시다 총리는 아베가 없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메시지를 냈고, 그것에 대한 북한 나름의 화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기시다 총리가 평화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한 가치를 올려주고, 미국의 경우 지금 우크라이나 때문에 정신이 없고, 중국을 압박하는데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북한을 관리해줄 나라가 필요한데, 남한은 아닌 것 같고 차라리 일본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만약 기시다 총리의 소위 남북 갈라치기에 우리가 말려들 위험이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제치고 기시다 총리와 먼저 회담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우리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일본 기시다 총리의 경우 지금 20%대의 지지율인데 만약 북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지지율도 올리고 자기 입지가 커지는 상황인데, 여기에 북한이 포석을 깔아주면서 서로 윈윈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과거 65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일제 35년 식민지 통치에 대한 배상 차원으로 2억 달러, 차관으로 3억 달러를 받았는데, 현재 가격으로 치면 대략 30~40억 달러가 된다며 이런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정 전 장관은 또 "지난 2002년 9월 달에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에 갔을 때 대체로 한 30억 달러를 주는 것으로 북일 관계를 개선하기로 했는데, 당시 수행원으로 따라갔던 아베 관방장관이 판을 깬 적이 있다"며 "이제 아베가 떠났으니 기시다 총리는 30~40억 달러를 주고라도 관계 개선을 하려는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을 잘 설득해서 이것은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허락을 받아내면 일본이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 나가는 운전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윤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이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거기에서 왕따당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자꾸 핵을 달라고 하면서 귀찮게 구는 존재가 돼 가는 것 같고, 반면에 일본은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 우리보다 우위에 있어 미국은 이런 일본을 활용해서 동아시아 정치를 대신 관리할 중간 보스로서 기시다 총리를 활용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면 일본이 자기네 역할을 늘리기 위해 북한을 돈으로 포섭하려고 할 때 유엔 대북제재 범위 밖에 있다는 식으로 미국은 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그렇게 되면 북일 관계가 갑자기 가까워질 수 있고, 남북 관계는 말하자면 통일봉남(일본과 통하고 남한과는 봉쇄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리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일본이 최근 연합훈련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 일본이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북한으로부터 대남 위협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자위대가 우리 땅에 올라오거나 우리 바다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일 관계의 복잡한 내막을 잘 모르니 허용해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 시즌2라는 것을 우리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이 제시한 해법이다.

정 전 장관은 "지금이라도 북한이 지난 9월 8일날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한 핵무력 법제화,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 연설을 면밀히 분석해보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나서서 먼저 (핵)비확산부터 확실하게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북한은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확산부터 못을 박아 놓고 다음 단계로 비핵화까지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북한이 더 이상 핵을 가지고 대남 위협 내지는 대미 위협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6자회담 시즌2라는 것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지난 2003년 6자회담이 열릴 때도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나왔지만, 사실은 한국 정부가 거중 조정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9.19 공동성명도 한국 정부의 거중 조정을 통해서 북한도, 미국도,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만족하는 회담을 만든 선례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6자회담을 제안하고, 그걸 위해서 중국, 러시아를 설득해서 중국,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설득해서 회담에 나오도록 만드는 그런 접근법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한미일 훈련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일본과 너무 가까워지면서 한미일이 몰려다니다 보면 '미일한'으로 우리가 맨 끝에 가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기시다 현 일본 총리가 아베 전 총리보다 어떤 점에서 좀 더 능숙하고 북한을 반드시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서 1972년에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다녀오니까 당시 다나카 카쿠에이 수상이 미키 외상을 데리고 중국에 직접 들어가서 한 사흘인가 체류하면서 중-일 우호 수호조약을 체결하고, 수교하고 나왔다. 그때 대단한 업적으로 인정받았는데, 그런 것처럼 기시다 총리는 업적을 만들어내고 싶어할 것"이라며 "지금 그 밑자리를 윤석열 정부가 깔아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