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민원 처리기간 치솟아 소비자만 ‘분통’…“금감원 분조위 유명무실”

민원건수 20년 이후 매년 3만건 이상 접수…올해 최고치 예상
평균 민원 처리기간 2017년 24.4일→2022년 91.7일로 약 3.8배 길어져
“민원건수·처리기간 크게 증가하는데 분쟁조정위원회 회부 건수는 올해 4건”
양정숙 의원 “하루하루 피 말리는 금융관련 분쟁, 제도개선 통해 신속처리 필요”

금융감독원에 제기되는 금융민원은 2020년 이후 매년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3만 건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솟는 금융민원에 분쟁민원 처리기간이 평균 91.7일이나 소요되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해 분조위에 회부된 안건은 총 4건으로 금감원 민원 중 전문위원 조정을 받는 민원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금감원에 제기된 분쟁민원 건수는 ▲’17년 2만5205건 ▲’18년 2만8118건 ▲’19년 2만9622건 ▲’20년 3만2130건 ▲’21년 3만495건 ▲’22년 상반기 2만2490건으로 2020년부터는 매년 3만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세상 올해는 3만건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쟁민원 중 분조위에 회부된 안건 수는 ▲’17년 19건 ▲’18년 63건 ▲’19년 18건 ▲’20년 13건 ▲’21년 29건 ▲’22년 상반기 4건에 불과했다.

양정숙 의원은 “위원회의 적극적인 조정 개입보단 금융감독원 합의가 수용되거나 기각, 각하되는 민원이 99.7% 이상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분쟁조정위원회가 한해 얼마나 기능하는지 의문”이라며 유명무실한 분조위 존재를 지적했다.

금감원 자체내에서 민원을 소화하려다 보니 처리기한도 크게 늘어나 민원인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6조 제4항의 기한을 초과해 분조위에 회부된 안건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쟁민원 처리기간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민원 처리일수는 ▲’17년 24.4일 ▲’18년 34.3일 ▲’19년 49.0일 ▲’20년 58.7일로 해마다 10일씩 증가하다 작년에는 93.33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91.7일 소요돼 ’17년 대비 약 3.8배 가량 기간이 늘었다.

특히 ‘은행·중소서민’ 권역의 처리기간은 ’17년 31.4일이던 것이 계속 늘어나 ’20년엔 81.5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1년에는 152.5일, ’22년 상반기는 181.6일로 ’17년 대비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양정숙 의원실 서면 답변을 통해 “분조위 회부 없이 분쟁전담 직원에 의하여 처리된 분쟁건은 사실관계 조사기간이 길게 소요되어 처리기간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6조 4항은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지체없이 조정위원회에 회부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사실관계 조사에 소요되는 기간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하루가 급한 민원인은 사실상 기약없는 기다림에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업권별 분쟁민원 미처리 건수도 ▲’17년 0건 ▲’18년 1316건 ▲’19년 155건 ▲’20년 694건 ▲’21년 2900건 ▲’22년 상반기 7855건으로 크게 증가해 지난 5년 간 총 1만2920건이나 되는 민원이 처리되지 못하고 대기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22년 올해 미처리 건수를 제외하더라도 5000건이 넘는 민원이 해결되지 못한 채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분조위 활동 기능을 높여 미처리 민원을 시급히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합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현행 제도 점검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명무실한 분조위 기능, 마냥 늘어지는 처리 기한, 쌓여가는 미처리 민원 등으로 민원인들은 매우 답답할 것”이라며 “더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 분쟁의 경우 ‘개인 대 거대 기업’의 싸움이 대부분이고 내용이 경제적 사안인 만큼 분쟁 해결이 지연될수록 민원인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진다”고 설명했다.

민원인의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빠른 분쟁 해결을 위해 불리한 조건에도 마지못해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정숙 의원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신청 민원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기간을 규정하여 민원 해결까지 걸리는 기간을 민원인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금감원 사실관계 확인 업무 담당자를 확충하는 등 금융소비자 민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110대 국정과제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 향상’을 포함 시켰던 만큼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비스 증진을 위해 더욱 힘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