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차장, 日 내부 조율 중에 '회담 개최' 일방적 발표"
"기시다 총리, 반한파 공격에 '안 만나겠다'고 한 것"
"'비공식 조우'를 '약식회담'이라고 표현... 문제 키워"
◆…14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의 '제주4·3 정신과 세계 평화' 세션에서 강창일 전 주일대사(오른쪽)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창일 전 주일대사가 한일정상의 약식회담으로 불거진 '굴욕외교' 논란과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외교적 결례를 범해 원인제공을 했다며 '김태효 책임론'을 주장했다. 김 차장이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순방계획을 밝히며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일본 측은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강 전 대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비공식적으로 내부에서 대화(조율)하고 있는 중에 안보실 차장이라는 인사가 (회담 개최라고 발표한 것은) 아주 외교적 결례다. 그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대사는 "이렇게 하게 되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로서 설 자리가 없다. (일본에) 강경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고 혐한파, 반한파들도 꽤 있다. 그러니까 기시다 총리가 공격받게 된 것"이라며 "자꾸 공격하니 기시다 총리가 안 만나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구걸하는 것처럼 돼버렸으니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화가 나나"라며 "원인제공은 한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 전 대사는 '대통령실이 약식회담이라고 성격을 규정해서 문제가 비롯됐다'는 진행자에게 "대통령실이 아주 표현을 잘못하고 수습하는 방식도 아주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찾아가서 그냥 악수하고 만날 수 있다고 본다"며 "회담이라고 하지 말고 비공식적으로 우연히 만났다는 '비공식 조우' 정도의 표현이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로 옆 나라와의 관계를 좋게 해야 하는데 바쁘니까 지나가다 잠깐 시간이 있어서 들렸다며 악수하고 20~30분 대화하고 나갔다'고 간단히 설명하면 된다"며 "왜 이렇게 문제를 키워버리는지 모르겠다" "표현을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담이라는 일본 정부의 표현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진행자에게 "약식회담보다 간담이 느낌이 훨씬 좋다. 내용과 형식을 보면 간담"이라며 "저는 '비공식 조우'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결국 김태효 1차장의 성급한 발표에서 모든 게 비롯됐다고 보시느냐'는 질문에 외교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대통령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에 나섰던 박진 외교부 장관도 '보여주기식 외교'를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일정상이 만나기 직전에 박 장관이 뉴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과 만났다. 수습 차원이었고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한 만남"이라며 "하야시 외상과 박 장관은 잘 아는, 친한 사이인데 아무 성과가 없는 게 문제다" "아무 성과가 없어 이렇게 되니 박 장관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없었으면, 정상이 서로 악수라도 했기 때문에 만난 것 자체가 양국 국민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며 "이번은 과정이 잘못돼 그런 만남의 의미 자체가 희석돼 버리고 퇴색돼 버렸다"고 2년 9개월 만의 한일정상의 '약식회담'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