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준비 안된 한일 정상회담, 尹 급박하게 결과 내려고 무리...외교 결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첫 양자회담을 두고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한일외교"라며 "한일외교에 모양을 갖추기 위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회담이라고 얘기하는데 저쪽에서는 간담이라고 얘기하고, 우리는 직접 찾아갔다고 얘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얼마 전에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언급했다가 일본으로부터 사실 부인당했던 촌극이 있지 않았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총리가 있는 건물에 직접 찾아갔다, 그쪽에서는 준비도 안 됐다,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일관계의 어떤 미래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좀 급박하게 결과를 내기 위해서 무리하다 보니 서로 간에 일정도 잘 안 맞고 장소도 안 맞고 준비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일본과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서 미래지향적인 부분에 있어서 새로운 관계를 열어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는 한데 이렇게 준비되지 않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외교적으로는 큰 결례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일 정상은 21일(현지시간)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콘퍼런스빌딩에서 약 30분 동안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날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약식회담', 일본 정부는 '간담'(懇談)'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 약식회담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당국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양국 정상이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회담' 대신 '간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간담이란 규정에는 사전에 의제를 정하고 진행한 정식 회담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흔쾌히 합의됐다"며 한일정상회담 성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이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분위기는 냉각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약식 정상회담을 하는 대신 48초간 짧은 환담을 나눈 것에 대해서도 "사실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염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같은 경우 미래산업과 관련된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된 중요한 부분이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조율이 양 정상 간 이루어져야 되는 긴밀한 자리인데 약식회동을 통해서 그것을 해나갈 수 있겠나"라며 "이번 외교 행보에서 아무런 결과도 얻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외교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