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점 확인 시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
8.1% 전망...원자재 가격 하락세 영향
근원 CPI는 6.1%로 소폭 반등할 듯
추석 연휴 이후 증시 향방은 13일 발표될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좌우할 전망이다. 8월 CPI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20~21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나오는 물가지표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8월 CPI는 6월 9.1%, 7월 8.5%에 이어 8.1%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전월대비로는 7월 0.0%, 8월 –0.1%로 2개월 연속 정체가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주요인이 에너지 가격 급등이었는데 최근 유가,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자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통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6월과 7월 5.9%에서 소폭 반등한 6.1%로 점쳐지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월대비 0.4~0.5% 오를 것이 예상돼 물가 불안요인이 잔존한다”며 “연준은 근원 CPI 상승압력에 주목해 9월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을 고수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8월 CPI의 물가둔화 폭이 클수록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CPI로 물가의 피크아웃(고점통과) 신호가 다시 확인된다면 9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 여부와 무관하게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반등)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8월 CPI가 피크아웃을 재확인시켜줄 경우 위험 선호심리가 개선되고 증시 방향성이 달라질 전망”이라며 “다만 시장에 과도한 안도감이 형성될 경우 연준이 잭슨홀 미팅 때처럼 매파적인 색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당부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연준은 물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잡힐 기미를 보이는 것일 뿐 연준의 목표(2%)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아니다”라며 “휘발유 가격의 하락이 물가압력을 완화하고 있지만 주거비 및 서비스 물가상승은 이어지고 있어 경계감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주택가격 하락 위험은 연준에게도 부담”이라며 “9월 FOMC 자이언트스텝 이후부터는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그는 연준이 9월 75bp, 11월 25bp 인상 이후 12월부터 금리를 동결해 내년까지 기준금리 3.5%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9월에 75bp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며 “앞서 75bp 인상이 이뤄진 이유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통제에 진전이 없었고, 단기-중장기 기대 인플레가 우상향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인데 7~8월은 그 반대의 상황이며 노동시장 여건도 과열에서 벗어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잭슨홀을 전후한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금리인상 가속화보다는 금리인상 종착점 도달 후 그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며 “9월 50bp, 11월 50bp, 12월 25bp 인상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연말 3.80%, 내년 3월 3.9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크아웃 이후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내 물가 고점이 확인돼 물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될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수요 축소가 가시화한 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은 최근 무역수지의 적자 지속 여부가 향후 성장 경로 및 환율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물가 이후 무역수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