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빅스텝’ 예상
고물가에 75bp 금리인상 가능성도
유로화 약세압력 막기엔 역부족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로이터 제공
잭슨홀 미팅의 후폭풍에 ‘긴축’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이번주 금융시장은 유럽의 통화정책 행보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정도에 따라 유로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ECB는 9월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ECB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인상 폭이 주된 관심사다. 지난 7월,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인상한 이후 이번 금리결정은 빅스텝(50bp 금리인상)일지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일지 주목된다.
현재 50bp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하나 물가지표가 발표된 이후 75bp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럽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들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을 밑돌며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점도 작용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 시 유로존 성장률이 향후 1년간 1~2%p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며 “9월 회의에서 50bp로 인상 폭이 결정될 경우 다음 회의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ECB 통화정책회의가 매파적인 입장을 보이겠지만 유로화 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봤다. 그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라 재정 취약국의 시장금리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유로존 경기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로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취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통화긴축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약세 압력이 더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이언트스텝을 전망했다. 그는 “ECB는 7월 회의내용과 8월 소비자물가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최대 75bp 인상할 것이며 만약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다면 50bp 인상이 예상된다”며 “ECB 회의 이후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스프레드 확대 등 취약성이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문 연구원은 “9월 ECB가 물가 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을 단행하면 강달러를 제한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달러화 흐름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의해 좌우된다”며 “ECB의 금리인상 행보에도 불구하고 ECB와 연준의 긴축강도 차이 확대, 분절화 위험, 러-우 전쟁 장기화로 유럽 경제의 취약성이 커진 만큼 유로화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75bp 금리인상은 물가 상승세는 저지하겠지만 경기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으로 기대되는 통화가치 상승효과는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로화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화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면 109p를 웃도는 달러인덱스가 더 높아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면 주식시장 측면에서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ECB의 자이언트스텝 동참 여부와 금리인상 스텝에 대한 시그널은 단기적으로 유로화의 추가 약세를 판가름하는 변수”라며 “유로화 추이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에 중요 변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금리결정과 함께 분기별로 수정하는 경제전망치를 발표한다. 지난해 6월에 2021~2022년 유로존 성장률을 각각 2.8%, 2.1%로 낮춰잡은 가운데 이번에도 추가 하향조정이 예상된다. 2022~2023년 인플레이션은 각각 6.8%, 3.5%로 전망됐다.
연준 연설, 베이지북 발표...9월 FOMC 힌트 얻을까
한편, 이달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파월 연준 의장과 위원들의 연설도 시장의 관심사다. 연준의 매파적인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금리 인상 폭에 대한 실마리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아울러 연준은 7일 베이지북(경기동향보고서)를 발표한다. 7월 보고서에서 ‘미국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수요둔화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 이후 이번 평가 문구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침체 우려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는지가 관건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베이지북에서는 소비와 투자의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공급 차질이 일부 해소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면서도 “노동시장이 여전히 양호하며 임금 상승압력이 작용한다는 평가가 예상되는 만큼 연준의 매파적 시각이 크게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예정된 미국 8월 물가지표 발표(9/13), 칩4 예비회의(9월 중순), 9월 FOMC(9/20~21) 등 대형 이벤트가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번주는 미국 노동절 휴장(9/5), 한국 추석 연휴 휴장(9/9~12) 등이 포함된 만큼 투자자의 관망 심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