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소송… 전성인 "졌잘싸 아닌, 우리 정부 패배"

윤석열·한동훈·이복현·추경호… 론스타 사건 연루

론스타 관련자 아닌 이해충돌 없는 제3자로 대응팀 구성해야

론스타 사태, 국회 적극적 개입 필요

국가 간 소송 난무하는 새로운 환경, 장기 대응책 모색해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에서 6조원의 요구 액 중 약 2800억원을 물어주게 된 점에 대해 잘 막았다는 분위기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가 나왔다.

이 사건을 오랬동안 취재해 온 최문호 KBS 기자는 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정부가 상대적으로 싸게 막아서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세금이 나가는 것이고, 론스타 청구 금액 자체가 굉장히 부풀려진 상황 속에서 일부라도 손해 배상 판정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손해 배상 판결이 나왔으면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정부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앞으로 진행 되는 상황도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이게 법원의 판결과는 다른 하나의 중재"라며 "중재 판정부가 양측의 주장을 듣고 서로에게 불만이 가장 적게 나오는 정도로 잘 타협점을 찾으려고 한 판정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첫 번째로 우리 정부는 패소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번째로 패소를 하면 돈을 줘야 하는데, 그 돈이 론스타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조세적 논점에서 패소한 것이 아니라, 받은 적도 없는데 돈을 내줘야 하는, 즉 국민의 호주머니가 털리는 금융 감독의 부당성 논점에서 졌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또 "세 번째로 패소의 비율이 법무부 발표처럼 표면적인 논리로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판정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50%에 해당하는 패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네 번째로 이런 점을 법률 전문가들이 모를 수가 없는데, 이런 점을 호도하고 어쩌면 사후 대응까지 왜곡할지도 모르는 법무부의 태도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이 사건에서 만약에 종국에 가서 패소로 굳어진다면(저는 사실상 굳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금융 감독의 부당성 논점에서 졌다면 우리가 해야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관련자들을 사법 처리하고, 재산을 환수하는 일들도 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금융 감독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요즘처럼 개방되고 국가 간 소송도 많은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다시 한 번 제기해 보겠다. 그래서 세금 한 푼이라도 나가는 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을 했다. 이게 진심일까요?'라는 질문에 전 교수는 "국뽕이랄까요?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애국심에 막 차오르잖아요. "와! 우리 국민들을 위한 선도자" 이런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그것(다시 소를 제기하는 것)도 변호사 비용 나가고, 변호사 비용도 국민 혈세거든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해야 되는 것이고, 다른 기회에 몇 번 지적했지만 현재의 (론스타 소송) 관련자에게 자칫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주는 행동일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전 교수는 "예를 들면 시효가 남아 있는데, 시효가 진행돼서 공소시효 만료로 감옥에 못 넣고, 채권 소멸시효 만료로 (재산 빼돌리고 소비해서) 구상권 청구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론스타와 다시 한 번 소송을 제기하려면 그동안 론스타 관련자가 아닌 사람들로, 이해충돌 없는 제3자들로 구성해서 안전 장치를 두고,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서 시효 정지 등을 규정한 다음 나중에라도 사법 처리가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재산 빼돌릴 수 없도록 부정한 행위를 해서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고 명기된 자들에 대해서는 가압류를 통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한 다음 이의제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석열·한동훈·이복현·추경호… 론스타 사건 연루

한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법무장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번 론스타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호 기자는 "2006년 외환은행 매각 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때 중수부가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당시 수사팀을 3명 증원했는데 그 3명이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감원장이 추가로 투입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이어 "그런데 그 수사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그런데 실패의 원인이 과연 무능해서, 또는 뭔가 수사가 잘 못 돼서 실패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봐주기 수사 등)가 있어서 실패한 것인지 그런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 그 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지금 이런 상황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그런 면에서 현재 윤 대통령이나, 한 법무부 장관도 자유롭지 못한 당사자 중 한 명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당시 은행 제도과장할 때부터 쭉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법무부가 어제 오후 2시에 배포한 자료를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면, 결국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던 당시에 정부가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함으로써 가격 하락을 유도했고, 그것이 부당 행위에 해당하며 이런 인과관계의 사슬을 거쳐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손해로 귀결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부당한 행위를 한 자는 그 당시 금융감독에 있던 사람들인데 구체적으로 계약이 변경되면서 1차 계약이 한 번 연장되고, 그게 2차 계약으로 맺어질 때 계약가가 약 5000억 원 정도 떨어지는데, 아마 재판부가 그 점을 손해로 인식한 것 같다"고 추론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배상할 때 과실상계하는 건 봤지만 일단 손해는 5000억 원(약 4.3억 달러) 났다는 것인데, 그 시기가 2011년 하반기라며 이 시기의 금융감독의 수장이 그 전부터 김석동 위원장이었고, 금융위 부위원장이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였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그 두 사람(김석동, 추경호)을 포함한 관련자들이 일단 문제의 당사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의 추경호 부총리의 경우 그 뒤에 ISDS 대응 TF에서도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으로 굉장히 지속적으로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또 "뒤에 나오겠지만 이번 판정에서의 핵심, 굉장히 눈에 보이는 것은 '관할권 없음'으로 (중재)재판부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나 이런 거 판단 안 해. 이런 건 다른 데 가서 다퉈' 이런 식의 태도를 많이 보였다. 그러니까 그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 즉, '론스타는 위법한 투자자니까 이 절차에서 아예 다툴 수 없다'는 점을 얘기했어야 되는데 그 얘기를 못 했다. 그때도 추경호 현 부총리가 여러 가지 형태로 멤버 또는 TF 책임자였기 때문에 김석동 위원장 또 추경호 현재 부총리 이런 분들은 책임 시비를 정확히 가려야 될 것"이라고 짚었다.

진행자가 '혹시 판정문이 공개되면 2003년부터의 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누가 어떤 역할을 했고, 우리 정부 입장에서나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 기자는 "지금 현재 정부가 공개한 사유는 당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13개월 지연한 것에 대해서 금융당국의 당시 국내 은행 관련법의 권한 밖이다. 이렇게 판단을, 거기까지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이어 "론스타는 그 주장 하나와 당시에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가격 협상 과정에 방금 얘기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이 직접 개입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 쟁점에 대해서는 ICSID 규정상 판정문(중재재판부)이 판단을 해야 된다. 그래서 그때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판정문에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어제 그거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그 문제가 꽤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짚으면서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정부 당국자들이 불법 행위를 했다고 ICSID가 판정을 했다면, 협약상 ICSID의 판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 국내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돼 있다. 그러면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게 인정되는 것이고,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한 배상 책임을 단순히 금융당국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의 차원인지, 아니면 일부 개인의 불법적인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인지에 따라 그 문제도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 역시 "정부가 하는 일은 사실 정부의 일을 위임받는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교수는 이번 중재 판정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지금 섣불리 론스타 관련자들이 계속 이 사건을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인사로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회가 적극적으로 이 사건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중재판정부가 판정을 내리면서 판정문을 비밀로 걸었는지부터 확인돼야 한다"며 "판정문이 공개돼야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현재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다 론스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판정문부터 공론장에 내놓고 의견을 듣고 전체적인 국익을 위한 의사 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론스타 사건의 본질이 무능한 경제관료가 낳은 참사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3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 경제라인을 이끄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무능한 정책 결정으로 수천억 혈세 낭비 참사의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들"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특히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003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재직하며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도 관여해 이번 참사의 시작과 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맹폭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정부를 향해 "빈틈없는 대응을 통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