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카드사 순이익 11.7% 증가
금리상승에 조달비용 부담, 다중채무자 연체 우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리상승 여파에도 순이익이 11.7% 증가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카드는 현대카드를 제치고 9년 만에 업계 4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8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66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4938억원)보다 11.7%(1746억원) 늘었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이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내려 본업인 신용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4월 거리두기 조치 완화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승인실적은 280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8%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1772억원으로 전년(1086억원) 대비 63.2% 증가했다. 반면 현대카드는 1823억원에서 1557억원으로 14.6% 감소했다. 롯데카드의 순이익이 현대카드보다 높게 나온 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롯데카드는 '로카(LOCA) 시리즈' 등 전략상품 중심의 신용판매가 실적 개선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 관계자는 “로카 시리즈 누적 200만 유치 등 고객 기반 확대로 이용회원 수, 이용률 등 고객들의 효율이 개선돼 신용판매 사업 수익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카드 대출자산이 기업대출 중심으로 증가한다는 점에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카드가 취급하는 대출채권이 주로 기업 및 부동산 여신으로 구성되며 건설 및 부동산업 관련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잠재적인 위험은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카드는 순이익이 14.6% 줄면서 롯데카드에 4위 자리를 내줬다. 다만 카드 취급액은 현대카드(68조8227억원)가 롯데카드(44조3439억원)보다 여전히 많았다. 회원 수도 현대카드(1031만명)가 롯데카드(880만명)를 100만명 이상 앞섰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산 성장에 따른 차입금 확대와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했다”며 “당국의 대출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수요자 위주로 엄격히 운용해 카드론 등 금융 취급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4127억원으로 전년(3672억원) 대비 12.4% 증가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당산동 사옥 매각 이익(455억원)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다.
BC카드(1082억원)는 순이익이 1년새 191.6% 급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BC카드 관계자는 “자체카드 사업 수익 증가, 스마트로 등 자회사 편입에 따른 이익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삼성카드(3159억원)와 우리카드(1343억원)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9%, 10.6% 증가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소비심리 회복과 더불어 상품체계 재정립과 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했으며 판매관리비용을 지속 효율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KB국민카드(2457억원)와 하나카드(1187억원)는 순이익이 각각 2.8%, 16.5% 줄었다. 국민카드는 영업수익이 6.4% 증가했지만 대손충당금을 21.1% 늘리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 하나카드도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고위험 대출을 축소했다.
카드사들이 상반기에는 선방했지만 향후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탓이다.
여윤기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조달비용 증가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자비용 부담 확대로 다중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커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 위험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