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특채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 자료 확인해보니 '1:1특채'

JTBC, '특채' 최종합격자 발표 문서... 김순호 혼자 응시해 혼자 합격

김순호 "서류전형, 면접시험, 필기시험 모두 합격해서 채용된 것"

MBC 단독, "김순호, 집안에 전단지 모아뒀다" 증언 잇따라

MBC 단독, "나도 프락치였다... 제대 후에도 밀정 활동"

1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매체가 확보한 1989년 8월 경찰공무원 (특공 및 대공요원) 특별채용시험 최종합격자 발표 문서에서 당시 대공요원 분야에 응시한 사람은 김 국장 혼자로 혼자 응시해 혼자 합격했다.

앞서 전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업무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국장은 프락치 의혹과 관련해 당시 특채 과정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서류전형, 면접시험, 필기시험 모두 합격해서 채용이 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1988년, 김 국장은 인노회에서 부천지역을 대표하는 책임자였지만 1989년 4월 돌연 사라져 연락이 끊겼고, 그 무렵 인노회는 이적단체로 몰려 수사를 받아 15명이 구속돼 재판받았다. 넉 달 뒤 김 국장은 대공공작요원으로 특별채용됐다.
  당시 특채 담당자였던 치안본부 대공수사과 소속 홍승상 전 경감은 최근 TV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수사에서 김 국장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내가 특채를 받아주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전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사실과 맞지 않다"고 부인했다.

홍 전 경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거짓말을 지어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인노회 수사로 고문 후유증을 앓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최동 열사의 동생은 지난 12일 경찰국 앞에서 열린 김순호 국장 사퇴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순호의 뒤를 봐준 홍승상은 동대문경찰서에서 근무할 때부터 오빠를 관찰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열사의 가까운 친구였던 김 국장은 전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홍 전 경감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 "김순호, 집안에 전단지 모아뒀다" 밀정 의심 증언 잇따라

김 국장은 '프락치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그의 수상한 행동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전날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과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그의 밀정활동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당시 인노회는 노조설립을 독려하기 위해 전단지를 배포하곤 했는데, 김 국장이 이를 통째로 분실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재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초대회장은 "분실한다든가 뭐 이런 일이 있고 그래서, 혹시 사고가 날까 봐 좀 주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국장이 당시 우유나 신문 배달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절대 유출돼선 안 되는 회의록 같은 문건들을 뭉텅이로 수레에 싣고 다니다 발각된 일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전 회원은 "회의록 같은 거 다 품속에 넣고 이렇게 가거나 이렇게 하지. 없어지면 어떡하라고. 그때는 좀 이상한 놈이네. 이렇게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국장이 지역 노동운동 모임에 나오지 않아 집에 사람을 보냈더니, 각종 전단지를 모아놓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안당국이 노동운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군사정권 시절, 문서 한 장 때문에 경찰에 연행돼 고초를 겪는 일도 흔했던 상황에서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노회 사건이 터지면서 경찰에 연행됐던 동료들은 김 국장의 밀고 때문에 15명이 구속되며 조직이 와해됐다고 믿고 있다.

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전 회원은 "조사받고 훈방 나왔던 친구들이 (경찰이) 그걸 다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조직도에 성원은 누구누구고, 어느 회사 다니는지를 쫙해서..."라고 증언했다.
  또한 89년 7월, 김 국장은 경찰에 자수하러 찾아가 홍 전 경감을 그날 처음 만났다며 밀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홍 전 경감은 이보다 6개월 전인 89년 1월부터 인노회 사건 책임자로 인노회 회원들의 구속영장과 진술서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아울러 대공분실로 옮기기 전 성균관대를 담당하는 동대문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했고, 김 국장과 함께 활동하다 분신 사망한 최동 열사의 가족들까지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최동 열사의 동생은 "(최동 열사가) 홍제동 치안본부에 불법 연행된 지 며칠 만에 면회를 했다. 거기에 홍승상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너무 놀라고 기가 막힌다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홍 전 경감은 김 국장의 광주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김 국장에 대한 '밀정'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민주화 인사 840여 명과 성균관대 재학생들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가 몇십 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며 해당 의혹을 받고 있는 김순호 국장의 경질과 경찰국 해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 "나도 프락치였다... 제대 후에도 밀정 활동"

전날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매체는 1980년대 초반 김순호 국장처럼 보안사의 녹화사업 대상이 돼서 실제 밀정활동을 했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녹화공작은 군 복무 시절에 그치지 않았고, 보안사가 제대 후 복학한 뒤에도 활동비까지 지급하며 자신들을 공작에 활용했다고 털어놨다.
  1983년, 고려대 4학년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군에 강제 징집된 양창욱 씨(고려대 80학번)는 3년 전 과거 자신과 함께 보안사 녹화공작 대상이 됐다 의문사한 친구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국방부에 자신의 보안사 문건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자료에는 김순호 국장처럼 밀정 활동을 하며 보안사에 보고했던 대학 써클의 동향 등의 내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양창욱 씨는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자세하게 내가 썼구나. 결국은 내가 쓴 것들이거든요. 그걸 누가 위장하거나 조작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1982년, 강제 징집돼 녹화 공작을 당한 서울대 80학번 권혁영 씨(서울대 80학번) 역시 군복무 시절 밀정으로 학내 동향을 보안사에 보고했는데, 이런 활동은 군에서 제대한 뒤에도 계속됐다고 털어놨다. MBC가 권 씨의 보안사 문건을 확인한 결과, 전역을 엿새 앞둔 4월 15일 순화활용 계획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전역 후 서울공대 연극반에 재침투시켜 불순의식 소지자 파악에 지속 활용한다. 존안자료 일체를 주거지 보안부대에 이첩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권혁영 씨는 "(군복무) 마지막 날, 앞으로 101학군단에서 담당자가 생길 테니 자력 협조하라(고 들었습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보안사가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권 씨는 "109 보안대에 있을 때는 10만 원이라고 들었고, 실제로 5만 원을 다 받은 적은 없었고, 밥 먹으라고 준 것이었습니다."고 말했다.

MBC는 이 같은 보안사의 공작이 보안사의 여러 문건에서도 확인된다고 전했다. 1982년 대공활동 지침 문건을 보면, "종교, 학원, 노조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침투 공작을 전개하며, "보안 유지상 '녹화 공작'으로 호칭한다"고 기록돼있다. 또 다른 문서에선, 군 전역자를 활용하겠다는 보고가 담겨있는데, 예비군과 방위병, 군 자녀 등을 활용하고, 15곳의 노조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김 국장이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탄압해본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같은 처지였던 녹화공작 대상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양창욱 씨는 "언더(지하 조직) 쪽에 있는 내용들은 건드리지를 않고, 자기가 지켜야 할 양심 최저선이라는 것은 있는 거죠. 노동 현장도 김순호는 철저하게 (밀정 활동의) 자발적 의지가 강했던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