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경찰국장, "대공특채 배경… 자신의 동료 밀고 의심"

인천·부천지역 노동자회(인노회) 활동 전력

인노회… 2020년 대법원 "이적단체 아니다" 판결

인노회 사건 피해자, 김순호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마주쳐

인노회 동료들, "김순호, 녹화사업 대상자 → 인노회 침투 → 기록 채집해 밀고" 의심

특채 후 5년 사이, 두 단계 진급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신설된 경찰국의 초대 수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 경찰 특채가 노동 운동을 같이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공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부평갑)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1989년 인천·부천 노동자회(인노회) 사건의 피해자들이 김순호 경찰국장의 활동에 대해 제보를 많이 해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인노회는 당시 공단이 많았던 인천에서 부평, 주안과 부천 지역 일대에서 노동자 정치 활동, 대중 활동을 했던 단체"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김순호 신임 경찰국장은 부천의 지부장 역할을 한 사람으로 나름 당시 활동의 중책을 맡은 지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순호 국장은 해당 조직의 넘버 2 역할을 한 조직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그 지역 주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제보가 많다며 대표적으로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된 안재환 선배라든가, 연수구청장을 지낸 고남석 전 구청장 등이 인노회 사건과 관련돼 탄압을 받으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제보 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분들의 제보를 통해 김순호 신임 국장이 인노회 사건에 대해 밀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초 김 국장이 경찰이 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서 근무하는지를 잘 몰랐는데, 경찰국이 생기고 신임 경찰국장에 김순호 씨가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진을 보니까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이 단체를 만들었는데, 정부에서는 이 단체를 이적 단체로 규정해 탄압했다. 89년 1월부터 수사하고, 연행이 이뤄져 결국 89년 4월경 대부분 구속하는 등으로 해서 그해 6월쯤 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이 단체에 대해 이적 단체가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당시 인노회 넘버 2로 조직책이었던 김순호(신임 경찰국장)의 주장은 '이 조직 자체가 단순한 노동 운동 단체가 아니라 주사파가 개입된 이적 단체여서, 자신은 경찰에 찾아가서 고백을 했다. 그런데 그 고백을 하니까 당시 홍승상 경감이 특채를 해줬다'고 말하고 있다.

홍승상 경감은 나중에 박종철 열사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고문 치사 사건 때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한 바로 그 당사자다.

그런데 이 당시 인노회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분이 실제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김순호 씨를 마주쳤다고 증언했다.

이 의원은 "그 분이 딱 얼굴을 마주쳤는데 김순호 신임 국장이 싸늘한 모습으로 '너 여기 왜 왔냐?' 딱 한마디 하더라"며 "그 분이 '제가 그때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만 의원은 "특히 그 당시 조직 전체를 아울렀던 최동 열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도 연행이 돼서 한 열흘간 잠을 안 재우고 계속해서 고문과 심문을 받았는데, (경찰이) 결혼했던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든지, 어느 날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다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준다든지, 자신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경찰이 더 잘 알 정도로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에요"라고 전하면서 "최동 열사의 경우 그 고문을 당하고 나서 나중에 경찰에서 풀려나서도 '누가 나를 계속 뒷조사하고 또 추적하고 있다'는 정신 공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최동 열사는 90년도에 공황 상태로 분신자살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동 열사는 김순호 국장의 대학 선배로 실제 김순호 국장을 아주 신임해서 부천 지부장으로 임명했던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순호 국장은 최동 열사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지인들이 김순호 신임 국장이 경찰이 된 줄도 모르고 김 국장에게 "야 너는 어떻게 된 게 최동 선배 그렇게 됐는데 오지도 않고 대체 뭐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김순호 국장은 임기응변으로 그때 그때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가 경찰이 되기 위해 절에 가서 공부하느라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이 의원은 김순호 국장이 지난 1983년도에 학생 운동을 하다가 녹화 사업 대상이 돼서 강제 입영이 됐고, 관리번호가 1502번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기무사에서 관리하던 존안 자료가 있고, 녹화 사업의 대상자가 됐던 사람들을 일련 번호로 기술한 서류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그런 존안 자료들을 요청했지만, 개인 정보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요청하거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답변이 와서 아직 존안 자료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순호 국장의 경우 당시 녹화 사업 대상자로 인노회에 침투해서 정보를 다 빼내고 어는 순간 밀고하고 그 공로로 특채가 되고 또 빠른 진급을 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 열사를 고문 치사한 후 '책상을 탁 하고 쳤더니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한  홍승상 전 경감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김순호 국장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 바 있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홍승상 전 경감이 홍제동 대공분실장이 돼서, 팀장이 돼서 실제 김순호 국장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인노회 사건을 마루리 지을 수 있었다는 식의 말을 했다"며 "실제 김순호 국장은 그렇게 해서 특채가 된 후 5년 만에 두 단계를 뛰어넘어 처음에는 경감으로 그 다음에 경사로 진급했다"며 "그 사이에도 수차례의 포상을 받았고, 그 훈포장에 근거해 특진을 하게 되는데, 그 포상 내역을 보니 '범인 검거에 유공이 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범인 검거에 유공이 있다는 이야기는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용공분자로 몰아서 잡아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김순호 국장이 일련의 정황으로 보아 녹화 사업 대상이 됐다가 프락치가 됐고 결국 자신의 동료였던 인노회 관련자들을 밀고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실제 인천·부천에는 인노회 말고도 다른 노동 단체도 있었는데, 그 다른 노동 단체에서도 많은 피해를 봤다는 진술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