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퇴근 때 이미 침수되더라" 발언 도마 올라 "국민적 의문 낳아"

임경빈 시사평론가 "그대로 퇴근을 해버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국민적인 의문"

"참모들 조언 종합해서 어디로 갈지부터 결정했어야...종합적 판단에 문제 있나 지적"

"위기관리센터에 대통령이 국민들을 먼저 안심시키고 전체 상황 파악을 요청하는 것"

컨트롤타워' 아닌 '폰트롤타워' 野 비판에 "대통령실의 1차적 해명이 문제"

고민정 "인명 피해 현장의 발언, 납득 안돼...'하천수위 모니터링' 지시, 참모들 나서지 않아"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피해와 도로, 차량 등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정부의 재난 대응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반지하 주택 일가족 참변 현장을 방문하면서 '퇴근길에 일부 지역에 침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발언으로 인해 다시 논란에 불을 당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퇴근길에 침수가 발생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집무실로 복귀해 재난 상황을 컨트롤하지 않고 그대로 서초동 자택으로 퇴근해 국가적 재난에 대응한 종합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한 간밤에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관련 상황에 대응한 것을 놓고도 야당에선 안이한 대응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연관시켜 위기 관리 능력을 비판하는데, 이같은 발언으로 침수 피해 입은 시민들의 실망과 분통을 터트리게 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국무회의를 마친 뒤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를 방문했다. 전날 밤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참변을 당한 현장이었다.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고, 인근 주민센터에서 수재민을 만나 위로했다.

해당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던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1명은 간밤에 중부지방을 덮친 폭우로 고립돼 숨졌다. 자매 중 언니는 발달장애가 있었다는 게 주민들과 관악구청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피해 가족의 사정을 듣고선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구나.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지하라도 고지대도 괜찮은데 자체가 저지대이다 보니, 도림천 범람하면 수위가 올라가 직격탄을 맞는구나"라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임경빈 시사평론가는 10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퇴근길에 침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대로 퇴근을 해버린 상황 자체, 그것에 대한 비판이 가장 크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이었고 호우경보가 이미 8일 오전부터 내려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대통령 입장에서는 참모들의 조언을 종합해서 판단을 내려서 어디로 갈지부터 결정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그대로 퇴근을 해버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국민적인 의문을 낳고 있는 상황"이라며 "종합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밤 10시 반에 세종시에 있는 종합상황실에 도착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퇴근을 1차적으로 했다가 밤늦은 시간에 다시 서울시청으로 출근해서 종합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지휘하는 일을 했다"며 "다른 책임자들하고 비교될 수 있는 비교군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통해서 그날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계속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고 하지만, 사저에서 보고받고 지시하는 것의 효율성하고 용산에 있는 종합상황실이나 혹은 위기관리센터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지시하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컨트롤타워' 아닌 '폰트롤타워' 野 비판에 "대통령실의 1차적 해명이 문제"

윤 대통령의 서울 서초동 자택 주변도 침수돼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피해 상황을 보고받으며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야당에서는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냐.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돼 버린 상황"이라면서 '컨트롤타워가 아닌 '폰트롤타워'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은 9일 윤 대통령 사저 주변이 침수되면서 외출이 어려워져 사실상 고립 상태였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던 상황에서 경호와 의전을 받으면서 나가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임 평론가는 "처음에는 가려고 했는데 주변이 침수돼서 제한이 있어 헬기로 가는 방안도 검토했다가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가 있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보도가 당일에 나왔다. 그러다 보니 야권 등에선 '지금 그게 중요하냐.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중요한 게 아니고 현장에 가서 살피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 (비판의) 배경이 된 건 대통령실의 1차적인 해명이었다는 게 먼저 지적돼야 될 지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공보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해명들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임 평론가는 "대통령실에서 밝혔듯 현장에 갔을 때 대통령 의전을 챙기느라고 대응이 늦어질 수 있는 문제들은 있다. 하지만 비가 쏟아지는 현장에 대한 문제지, 위기관리센터에 대통령이 착석해서 상황을 파악하는 거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 해명할 때 대통령실 내부에서 국민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밝혀주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거나, 문제의 팩트체크를 할지 가려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8일 중대본과 수해 현장을 방문하려고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으나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이동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고,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밤중 폭우에 주민 불편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단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임 평론가는 "당장 현장에 가라는 얘기가 아니고 위기관리센터에 대통령이 민방위복 노란색 자켓을 입고 위치해서 국민들을 먼저 안심시키고 전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인력을 최종적으로 어디에 집중시킬지 결정해주는 판단을 하려면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되고, 그것은 사저보다는 용산의 위기관리센터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 판단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했어야 된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 좀 더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민정 "인명 피해 현장의 발언, 납득 안돼...'하천수위 모니터링' 지시, 참모들 나서지 않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10일 "가슴이 정말 무너져 내렸던 건 인명피해가 난 현장에 가서 '퇴근할 때 침수가 되는 걸 내가 봤다'는 말씀을 했다는(는 것)"이라며 "어떻게 그 현장 가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납득도 안 되고 사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청와대에 대통령 관저와 위기관리센터가 가까이 있는 그곳에서 다 했더라면 이런 비판을 받았을까"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 후보는 "또 하천 수위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씀했는데, 이미 700여 곳에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통령이 모르면 같이 수행하는 누군가 장관이든 시장이든 그 사람들이 제대로 짚어주면서 말씀을 하시든지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한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무능함을 참모들이 유능하면 메워질 수도 있으나 지금 참모들은 무엇이 무서운지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모든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는 단순히 지지율이 떨어졌다 하면서 뭔가 대처할 것이 아니라 국가위기 상황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9일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관련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국가 하천, 지방 하천, 지류 전반의 수위를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관악구 신림동 피해 현장을 방문해 주민을 위로한 뒤 이같이 말했고, 행정안전부와 함께 저지대 침수 예상 지역의 안전을 위해 배수조 설치 등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천 수위 모니터 시스템은 이미 2016년부터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강홍수통제소 누리집에서 북한강, 한강상류·하류, 임진강 등 수위 정보를 볼 수 있고 관측소가 송신한 수위 자료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추가 자료를 내고 "큰 하천의 경우 일부 수위 예측 시스템이 있지만 이번에 범람한 도림천처럼 지류, 지천에는 수위 예측 시스템이 없다"며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지류, 지천까지 정밀한 수위 예측 시스템을 갖추고, 범람 우려 시 사전에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 등을 통해 미리 알려주고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서울 주택·상가 피해 3430건 달해...시설물 피해 총 3871건 

한편 이번 폭우로 서울에서만 3430건의 주택·상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중부지방 집중호우에 따른 주택·상가 침수 피해가 10일 오전 7시까지 3천43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8일부터 접수된 시설물 피해는 총 3천871건으로 집계됐고, 이 중 사유시설이 3천604건, 공공시설이 267건이었다.

사유시설 피해 중 주택·상가 침수가 3천430건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차량 침수 138건, 축대 및 담장 파손 36건이었다.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 침수 224건, 지하차도 침수 25건, 지하철 침수 7건, 사면 유실 10건, 하천범람 1건이었다.

서울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 5명, 실종 4명으로 집계됐다.

하천은 현재 27곳이 통제 중이며, 올림픽대로와 반포대로 일부 구간의 차량 통행도 제한되고 있다.

서울시는 피해 복구를 위해 자치구에 양수기 806대(서초 253, 동작 230, 강남 180, 영등포 43대, 금천 100대)를 지원하는 한편, 신대방펌프장이 인접한 도림천에는 크레인과 굴착기 등을 동원해 제방 보강 작업을 완료했다.

군 인력도 전날 86명에 이어 이날 1천302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강우는 소강상태이지만, 11일 새벽부터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8∼10일 누적 강우량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동작구로 524.5㎜에 달했다. 동작구의 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로 500년 이상 빈도에 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