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헌 개정 논란…"방탄용 개정" vs"내분 일으키는 독소조항"

당원청원 게시판 요청 동의 5만 건 넘어 청원요건 충족

박용진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하는 최소한의 장치"

강훈식 "'검찰의 기소'만으로 직무 자동정지 타당한지"

최근 개설된 민주당 당원청원 게시판에 당헌 80조 조항을 개정해달라는 청원 동의자가 5일 처음으로 충족요건인 5만명을 넘어서면서 해당 청원은 당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됐다.
 
당헌 80조 제1항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일 온라인 당원 청원시스템을 시행하면서 30일 동안 권리당원 5만명 이상 동의를 넘은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공식 답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 요구 청원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놓고 강성 지지자들이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당헌 개정을 두고 당내에서는 자신의 셈법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부정부패 연루자의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민주당에 부정부패 연루자를 결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상징적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원에서 제안된 부정부패 연루자 관련 논의를 윤리위원회 숙의가 아니라 최고위원의 정치적 결정과 당원투표로 결정하는 방식도 전례가 없다"며 "심지어 국민의힘도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자는 직무가 정지된다"고 지적했다.

고영인 최고위원 후보도 SNS에 “원칙 없는 당헌 개정이 서울·부산 보궐선거 대참사로 귀결되었던 것을 벌써 잊었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헌 제80조는) 기소됐을 때 직무정지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량규정이지 강행규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문맥, 문헌상 (직무정지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하고, 더군다나 정치보복성 수사의 경우에는 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훈식 의원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헌 규정이 도입된 2020년 당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아니라 '검찰의 기소'만으로 선출직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정지 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헌 개정 논의는 이재명 후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원 청원에서 주장하듯이 '최고위원회 의결'로 직무정지를 해제하게 되면, 그때마다 우리 당이 '셀프 면책'을 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당헌 개정의 필요성을 성토하는 의원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전혜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공화국 윤석열 정부하에서 당헌 제80조는 우리 당에 내분을 일으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며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우려가 커진 만큼 억울한 처분을 받는 당직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일 때 (당헌을) 까다롭게 만들었는데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면서 "완전히 없앨 경우 정치개혁 후퇴로 보일 수 있으니 조항은 유지하되 정치보복성 수사라고 판단되면 직무정지를 유보하는 안 등 다양한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