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폐기' 가능성 내비친 박순애 "내년 3월에 장관 사퇴할 수도..." 발언 논란

박순애 "학제개편은 수단, 국민 원치 않으면 폐기될 수도" 나흘만에 철회 가능성

"사회적 합의 도출,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 찾을 것"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입시경쟁 완화 등 산적한 문제도 해결 못한 상황...부모 가슴 짓눌러"

취임 한 달도 안됐는데...'내년 3월 장관 관둘 수 있다' 발언 "비상식적. 졸속정책 비판 나오는 것"

뒤늦게 공론화 나선 교육부...전국 시·도교육감과 간담회 개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학부모 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교육부가 만 5세로 입학연령을 하향하는 방안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학부모와 교육계의 비판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없다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지난달 29일 초등 입학연령을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나흘 만에 다시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무엇보다 시도교육청과 교원, 학부모, 교육전문가들과 논의 절차 없이 추진 발표부터 하고 나서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하는 입장을 보여 선후 관계가 바뀐,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박 부총리가 취임 직후 열린 대학총장 간담회에서 자신이 내년 3월 장관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나와,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교육부 장관의 발언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초등입학 학제 개편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박 부총리는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 단체 대표들과 만나 입학연령 하향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논란이 된 초등 5세 입학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박 부총리는 "선진국 수준의 우리 초등학교를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켜 보자는 것이 목표"라며 "(학제개편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불행하다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시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박 부총리가 위로의 손길을 내밀자 정 대표는 이를 뿌리치며 "장관님,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라며 "국가교육책임제를 아무리 말하면 뭐 하나. 실현되지 못하고 있고 부모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입시경쟁 완화 등 지금 산적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하나 더 얹어 부모들의 가슴을 짓누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이 발표 하나에 당장 사교육계가 (사교육) 선전을 하는데 어떻게 감히 공교육(강화)을 입에 담느냐"며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 (박 부총리에 대한) 사퇴 운동까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성남 참교육을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폭·왕따 문제 등 학교 현장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학제개편 문제를 얹으면 학교가 폭발할 것"이라며 "(학제개편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의 정책 철회 의견을 들은 박 부총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될까 고민하다가 대안으로 나온 것인데 대안은 목표를 위해 바뀔 수 있다. 정책은 전환될 수도, 변경될 수도, 유화될 수도 있다"면서 "아무리 해도 학부모 우려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 취임 한 달도 안됐는데...'내년 3월 장관 관둘 수 있다' 발언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박 부총리가 취임 직후 열린 대학총장 간담회에서 자신이 내년 3월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3일 나왔다.

이날 국민일보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취임 사흘 뒤인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 간담회에서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꺼내 일부 대학 총장으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총리의 내년 3월 대학 복귀 발언은 부총리직을 8개월만 수행하고 내년 새학기 교수로 복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윤석열 정부 첫 교육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일부 대학 총장들은 지적했다.

한 대학 총장은 "(박 부총리가 간담회에서) 내년 3월쯤 그만둔다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그건 말이 안 된다. 장관에 올랐으며 책임지고 소명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고, 이어 "박 장관이 '저는 행동이 빠른 사람'이라고 대답한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부총리가) 간결하게 모든 일을 잘 정리해서 나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8개월 만에 완벽해지는 교육 정책이란 없다. 게다가 공식 석상에서 그런 발언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 자세를 갖고 있으니 이후 나오는 게 졸속 비판을 받는 게 아니겠나"고 비판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다른 총장은 "(해당 발언이) 황당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이 발언이 실제 그만둔다는 소리인지, 다른 의도로 한 말인지, 혹은 박 부총리 특유의 화법인지를 두고 다른 총장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당시 간담회가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방침에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박 부총리가 총장들 앞에서 자신은 직에 연연하지 않고 지방대 살리기 등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발언한 게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교육부는 박 장관의 해당 발언의 실제 여부와 그 취지에 대해 질문했으나 "간담회는 공식 간담회였지만 비공개 자리였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 졸속 추진 비판 속 뒤늦게 공론화 나선 교육부

한편 교육부는 3일 초등학교 입학연령 만 5세 하향 학제개편안이 교사, 교육청, 학무모 등과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에 부딪힌 가운데 시도교육감 등 교육계와 뒤늦은 공론화에 나섰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만 5세 초등입학 학제개편안과 관련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를 개최해 '국가책임제 강화'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시도교육감들의 의견을 듣는다.

시도교육감 간담회는 당초 2학기 학교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만5세 초등입학 관련 국민적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전날 오후 늦게 국가책임제 강화 현안을 안건 및 회의내용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국가책임제 강화'는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발표한 유보통합과 1년 이른 초등학교 입학 등 학제개편 추진을 말한다.

정부는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뒤늦게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나섰다. 특히 윤 전날 대통령이 '신속한 공론화'를 주문하면서 교육부도 부랴부랴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던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맡길 계획이다.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 방침 발표 당시 9월에 하겠다고 밝힌 '수요자 중심의 여론조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뿐 아니라 학제개편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