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硏 “스톡옵션, 경영진 사익추구 안돼...의무소유, 사전신고 방안 필요”

일시효력발생 90%...97~99%는 2~3년 내 행사가능
IPO 기업 경영진 53%, 상장 후 6개월 내 행사
일정 지분 의무 소유토록...세제혜택 고려
스톡옵션 행사공시 규정, 코스피에도 적용해야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상장기업 스톡옵션 활용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스톡옵션은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왜곡시키지 않고 본래의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스톡옵션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톡옵션 제도는 본래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유도해 대리인 비용을 줄이고 기업의 장기성과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수단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대량 매도 사태로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은 “위법적 요소는 없었으나, 주주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스톡옵션의 근본적인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였고 스톡옵션에 대한 적잖은 사회적 논란이 제기됐다”고 봤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이 2015~2021년 동안 부여된 상장기업 스톡옵션을 조사한 결과, 행사 가능 시점이 도래하면 전량 행사가 가능한 일시효력발생 스톡옵션이 90.3%에 달했다. 특히 약 97~99%의 스톡옵션이 부여 이후 2~3년 내 행사가 가능하며 행사 후 주식처분이 자유로워 경영진의 주식 보유에 대한 유인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위원은 국내 상장기업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의 부여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금 지불 여력이 부족하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보상 방식이긴 하나, 부여 이후 유의미한 경영성과 및 주주가치 제고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은 부여 이후 4년 동안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고 동종업종 대비 낮은 수익성이 이어졌다. 주식 수익률 및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부여 이후 스톡옵션 행사 시점이 대부분 2~3년 내로 짧은 편이고 이후 단기간 내 주식 매도가 관찰됐다. 김 위원은 “행사 또는 주식처분 전후 주식 수익률의 패턴은 스톡옵션 행사자에 유리하게 나타난다”며 “즉, 상장기업의 경영진은 전략적으로 스톡옵션 행사 또는 주식처분 시점을 선택하는 경향이 존재할 것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상장 기업 내 경영진이 기업공개(IPO) 후 초기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높은 이익을 얻는 경우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스톡옵션의 오남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연 분석에 따르면 2020~2021년중 IPO 기업의 경영진 중 약 51~53%는 상장 후 6개월 이내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은 스톡옵션 제도 개선방안으로 성과연동 및 비율효력발생 스톡옵션 활용 증대,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설계원칙 마련, 경영진의 주식소유요건 채택 유도를 제시했다.

그는 “국내 상장기업의 CEO 등 주요 임원의 경우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는 요건과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처분을 다소 제한하는 요건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주식 매도는 보유요건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의 자발적 채택을 유도하기 위해 스톡옵션 행사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톡옵션 관련 정보 제공 확대를 통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그는 “현행 코스닥 기업에만 적용되는 스톡옵션 행사공시 규정을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에도 확대하고 주요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발행주식 수 대비 비율과 무관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주주 거래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처분 계획과 방식에 대한 사전 공시가 있다면 전략적 매도 시점 선택에 따른 사익 편취 유인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