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홍 "초등 취학연령 개편, 졸속 정책" 박순애 "공정한 기회로 교육격차 해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1일 "'만 5세 취학 연령 학제 개편'은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은 졸속 정책이며, 국민 상식에 반하는 정책"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취학연령 만 5세 하향 학제 개편 방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책이 발표되기까지 국회 교육위원회는 물론 교육청을 포함한 교육 현장 누구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 심지어 교육부 내에서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위원장은 "입학 연령 하향 완료 시점이 금요일 브리핑에서는 3개월씩 4년을, 월요일 방송 인터뷰에서는 1개월씩 12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박순애 장관의 발언은 해당 정책이 어느 정도로 부실하게 추진됐는지를 보여줬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만 5세 조기 취학은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21년 기준 5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학생, 학부모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제적으로도 OECD 38개국 중 단 4개국만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장시간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만 5세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채 취학한다면 아이들은 이른 학업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학부모는 영유아 단계에서부터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 개편안대로 학제 개편이 이뤄진다면 형과 동생이 한 학년에 다녀야 하는 혼란이 발생하고, 개편 시기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전보다 심각한 입시·취업 경쟁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학제 개편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학부모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만 5세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유아교육계에서도 날선 반응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사 검증 과정에서 비롯된 신상 논란도 모자라 교육 정책을 졸속 추진한 박순애 장관은 교육부의 수장 될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또 "현재 학부모들은 유보통합을 통한 질 높은 유아교육을 원하고 동시에 사교육을 통하지 않는 돌봄을 바라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도 없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대통령과 장관의 발상은 교육 정책에 대한 무지만을 다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 박순애 "만5세 입학, 1개월씩 당겨 12년 걸쳐 할 수도...교육격차 해소 국가 책무"
  앞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4년에 걸쳐서 1년씩 (입학인원이) 느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첫 번째 대안"이라며 "이 부분은 사실 너무나 많은 우려사항이 있고,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면 1개월씩 당겨서 12년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발표처럼 3개월씩 4년 동안 입학연령을 낮출 경우 과밀학급이 형성되고 입시·취업 경쟁이 심해진다는 우려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오는 2025년부터 취학연령을 3개월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학제개편 추진 이유에 대해 "한 20여 년 동안 교육격차가 사회적‧경제적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인해 아이들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대책으로 입직연령 등을 낮추기 위해 검토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기회를 받는 것이 필요하고,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발현되기까지는 교육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다. 사회에 빨리 들어가서 생산이나 자기발달의 기회를 갖는 것은 부차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만 5세에 입학하고 있는 나라는 4개국밖에 없다는 해외 사례 지적에 "각국이 이 킨더가든을 운영하는 형태가 조금 상이하고 5세, 6세, 7세가 전환기적 과정이다. 이 전환기적 과정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 때 얼마나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느냐, 그리고 그 시스템을 우리가 어떻게 갖추느냐의 문제이지 칼로 무 자르듯이 이 학년은 유치원이고, 이 학년은 초등학교고 이렇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장시간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만 5세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한다는 지적에 "수업 시간에 탄력적 운영도 좀 가능하지 않을까. 1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벨을 울리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갈 수 있지 않나"라며 "여러 가지 상황들에 따라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논의 과정 속에서 학부모님들이나 관련 단체들에서 우려사항을 주신다면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본다. 아직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발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논의 과정을 놓고 위원회가 출발하면 본격적으로 이 대안들이 세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돌봄 공백 논란과 관련해선 "초등학교 1, 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며 " 현재 상황에서 유치원이나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저녁까지 돌봐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훨씬 더 나은 환경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조기입학을 통해 학생들한테 케어가 조금 더 필요하다면 보조교사를 두고 발달 단계에 따른 문제점을 예방하고 보충학습까지 제공된다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 한덕수 "초등 취학연령 개편, 국민 불안 없도록 학부모 의견 경청해 정책 반영" 지시

한편 '만 5세 초등 입학' 학제개편 추진과 관련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과 관련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학제 개편안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돌봄 공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 총리는 이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님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 총리는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교육부의 당초 발표대로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찬반 의견과 고충을 빠짐없이 듣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정책의 모든 과정을 언론에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소통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총리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