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신설… "물구나무 선 법치주의"

양지열 변호사는 2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이 뉴스공장에 나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문제에 대해 "헌법 내지는 법치주의가 물구나무를 선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우리 법에는 순서가 있다. 헌법이 제일 위에 있고, 법률도 헌법에 위반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을 받는다"며 "이번 경찰국 신설 같은 경우에는 정부조직법에 경찰 업무에 관해서 정하려면 법률로 만들라고 돼 있는데, 법률로 만든다는 것은 국회에서 관장하라는 얘기이고, 너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함부로 만들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번에 행정안전부에서 경찰국을 신설해서 14만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하위 법령)으로 법률(상위 법)을 누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미 변호사는 "정부조직법에 행안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사무가 34조 1항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나열이 돼 있다"며 "정부 혁신, 선거 관리, 지방자치, 안전 업무 등등"을 열거해 제시했다.

이어 "거기에는 '치안 사무'가 없다"며 "원래 있었는데, 90년대에 경찰조직이 독재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자기 반성과 국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반영돼 치안 사무를 뺐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그러면서 91년도에 경찰청법이 새로 신설되면서 경찰을 독립된 기구로 하되 다만 국가경찰위원회 등으로 외부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법률이 딱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경찰국이라는 기구를 통해 인사, 예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시행령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며 "그래서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도 '로스쿨 초년생도 위헌이라고 볼 것'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지열 변호사는 "현재 법제처장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에 대해 합헌이라고 주장한다"며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일을 하려면 그 일을 하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도 법이 할 일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거꾸로 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양 변호사는 "법치주의는 사실 권력도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 법제처장이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인 사건까지 했던 분이라서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본인들이 내세운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왜냐하면 경찰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시행령을 통해 그 상위인, 법률을 정비하겠다는 것은 앞뒤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 장윤미 변호사는 "검찰과 많이 비교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의 사무에는 검찰 사무가 들어가 있지만,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는 '치안 사무'가 안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 행안부 경찰국 신설 논란에 대해 원래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하위 시행령을 고쳐서 이것을 했기 때문에 권한쟁의 심판으로 다퉈 볼만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또 입법예고도 원래 40일 하는데 불과 4일 만에 끝냈다며 이런 졸속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법률적으로 다툴 점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 역시 입법예고를 4일만 하면서 그 이유가 국민의 권리 의무와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강제 수사권 때문에 인권 침해가 있을 수 있고, 통제하겠다는 명분인데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는 서로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변호사들은 또 경찰대 개혁론을 꺼내 든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곳이 경찰 내부의 '직장협의회'였는데, '직협'은 경찰 내부의 노조와 같은 성격으로 경찰대와는 상관이 없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앤 것은 본인의 편협한 경험치에 근거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본인이 검찰총장 당시에 탄압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헌법 정신은 국민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은 법률로 만들라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국민들로부터 선택(위임)받은 사람들이 만든 입법권자의 결단에 따라서 내부 하위 규정도 만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 배치되면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더더군다나 경찰을 통제하겠다면서 대통령의 최측근,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인사가 경찰을 통제하겠다는데 어떻게 민주적 통제가 이뤄진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총경회의 이후 팀장급 회의 등이 예고됐으나,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날 각종 회의 등이 연기되거나, 철회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은 8월 2일 시행령이 공포·시행된 이후 '장관 탄핵소추'와 '권한쟁의 및 위헌법률(법령)심판' 절차 등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