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승인, 북송 대상자와 호송인 규모 정도"
"강제북송은 처음... 유엔사, 포승줄·안대에 당황"
"2019년만 비공개... '일반 북송' 장면 기억하실 것"
"北 '인도' 요청은 無... 어민 '자필 귀순의향서'는 有"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유엔사령부가 지난 2019년 탈북어민의 판문점 통과를 승인한 사실과 관련해 "(유엔사는) '북송'만 승인했지 '강제북송'을 알고서 승인한 건 아니"라며 "(유엔사가) 통일부에 굉장히 강력하게 항의해 통일부와 유엔사가 잠깐 불편한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2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사 승인은 (강제북송 여부 명시 없이) '북송 대상자가 몇 명이고 호송하는 사람으로 경찰들이 몇 명이 붙는다'는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의사에 반하는 강제북송이 유사 이래 처음이다. 유엔사도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가 채워지고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반적인 승인이 아니라 의사에 반해서 끌려가는 이상한 내용이기 때문"이라며 "(유엔사가) 우선 포승줄과 안대에 대해 강력히 항의해서 바로 풀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에 통일부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했고 거의 국가안보실에서 모든 걸 결정하다시피 했다. 통일부 입장에서는 조금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따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라면서 '혹시 통일부 직원들에게서 증언을 들으셨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런 얘기는 안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권 장관은 또 "(야권에서는) '왜 갑자기 3년 만에 통일부가 바뀌었냐'고 말씀하시겠지만 2019년도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유니TV(통일부 유튜브채널)'에 과거 북송영상들이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 사진과 영상을 기록 차원에서 촬영해 두고 있다가 거의 대부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경우만 예외적으로 개인 신상정보에 관한 부분이라며 공개를 안 했다"며 "앵커께서도 아마 (자발적으로) 북송되는 어부가 남쪽에서 지급된 옷을 입고 휴전선을 건너갔다가 넘어가자마자 옷을 집어 던지고 만세 부르는 장면을 기억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제북송 어부 2명이 보트에서 16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자백 여부는 (합동심문조서 보고서에) 쓰여 있을뿐더러 당시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두 명이 다 일치되게 자백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이게 확실하게 이 사람들이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 현재 야권의 주장은 '오로지 흉악범이기 때문에 보냈다'는 것"인데 "둘의 진술이 (몇 명을 어떻게 죽였는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합동조사를 근거로 북송하려면 '흉악범 사실관계'도 분명히 해야 했다. 대질한다든지 배 안의 여러 범죄 흔적들을 조사해 본다든지 이런 절차가 반드시 있었어야 한다. 그냥 보내버렸다는 것은 여러 의문제기들이 충분히 가능하게끔 만든 이유가 된다"고 꼬집었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연합뉴스]
권 장관은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문조서도 안 보고 뭔 판단을 하느냐'고 얘기하는데 심문조서에서 세세하게 누가 언제 어디에 몇 대를 때리고 몇 대를 어떻게 하고 이런 건 다 볼 필요가 없다. (관건은) 이 사람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느냐"라며 "(탈북민의 귀순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전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어민들이 나포됐을 때 '웃으면서 죽자'는 말까지 했으므로 귀순 의사는 없다'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우리 조서에는 나타나 있는 걸로 돼 있지는 않다"며 "이런 부분이 중간중간에 있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우리가 전부 수용해야 한다. 배가 항로 착오 등으로 잠깐 남쪽으로 넘어와 우리에게 붙들려도 '나는 분명히 북으로 가겠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으로서 거둬야 한다"며 "(자필 귀순의향서는) 존재까지 다 확인을 직접 했고 (북송 당시) 사진도 그 부분에 대한 강력한 증거라고 본다. 귀순 의사가 분명하게 없었던 사람이 그렇게 버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이'16명을 죽인 살인범을 돌려보내 달라'고 주장하면 타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응하듯 해 줄 수도 있다'는 진행자에게 "우선 북한에서 '돌려달라'는 주장이 없었다"면서 "범죄인을 인도할 때 상대국이 우리와 똑같이 적법절차에 의해 재판을 진행한다는 보장이 있는 경우에는 해 주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